A vs B, '학생 차별 논란' 이범수 교수에게 묻는다 [이슈&톡]
2022. 12.08(목)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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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감옥은 권력이 효과적으로 다수를 통제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라고 정의했다. 감시와 처벌을 통해 권력의 규율을 내면화 한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것이 감옥의 존재 이유다. 푸코는 학교나 군대 역시 같은 본질을 가진 조직으로 봤다. 이 안에 수용된 인간들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일 뿐 자율성을 잃은 인간들이라는 것이다. 근대화된 조직에서 인간은 자유로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 받고 억압 받는다는 게 푸코의 설명이다.

모든 감시는 '파놉티콘'(팬옵티콘, panopticon)이라는 구조물을 통해 이뤄진다. 최소한의 감시자가 많은 이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된 파놉티콘은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 감옥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감시의 수단으로 쓰였다. '빅브라더'와 유의미한 용어로 쓰이지만, 보다 통제적인 개념이다. 푸코는 이 파놉티콘을 통해 피지배 계급이 지배계급의 규율을 내면화 하게 됐다고 말한다. 감시자를 볼 수 없는 수용자와 재소자들이 스스로를 감시, 통제함으로써 처벌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얘기다.

신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학부장으로 재직 중인 배우 이범수를 둘러싼 학생 차별 논란은 푸코가 저서에서 밝힌 개념들이 그대로 투영돼 있어 흥미롭다. 이범수의 제자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한 주장의 요지는 '차별'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범수는 학생들을 A반, B반으로 나눴는데 그 기준이 부유함과 가난함이라고 한다. 또 이범수가 학생과 조교에게 에게 폭언을 일삼았고, 이로 인해 학생들 절반 이상이 휴학과 자퇴를 했으며 치료를 받는 이도 있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건 논란에 맞선 이범수의 해명이다. 그의 측근은 이를 보도한 매체들에 "(이범수는) 돈으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A반과 B반을 나눈 기준이 돈이 아닌 성실성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논란은) 이범수의 열정과 기준치가 너무 높은 탓"이라며 "이범수라는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배우 만들려는 열정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왜 이범수가 학부장으로 있는 공연예술학부에서는 유독 다수의 자퇴, 휴학생들이 많았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수의 주장일 뿐"이라는 독특한 논리를 펼쳤다. "이범수의 기준이 높은 탓에 수업에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던 것인데, 다수라고 그 학생의 이야기가 진실이 될 수 있냐?"는 반문을 내놓았다.

측근을 통한 이범수의 해명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교수인 자신의 교육관이 철저히 맞다는 믿음이다. 측근의 입을 빌려 밝힌, 사실상 자신의 직접적인 해명으로 보이는 발언에는 'B반 학생들이 이범수의 교육관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문제를 인정하긴 하는데 그 원인은 자신의 남다른 열정과, 확고한 교육관 탓이다. 결국 도의적으로 자신은 틀린 바 하나 없고, 성실성이 부족한 B반 학생들이 도태돼 발생한 문제라는 게 해명의 핵심이다. 쉽게 말해 '너희들 실력이 부족했던 거야.'라며 쐐기를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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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는 제자들이 풀고 싶은 의혹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제보 재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부유한 학생들로 구성된 A반의 경우 대본도 제대로 외우지 않고, 오디션도 응시하지 않았는데 주인공이 됐다. 사실이라면 A, B반을 차별해 나눈 기준이 성실성이었다는 이범수의 주장은 거짓이 된다. 또 제보자들은 주요 배역은 대부분 A반 학생들에게만 주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특정 학생들이 4년 내내 기회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 어떨까. 성실성이 평가의 기준이라고 답하는 이범수의 교육관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이범수가 학생들을 서로 사찰하게 만들었다고도 폭로했다. 이 재학생은 "이범수 교수가 학생들끼리 개인 사찰을 시켜 숨도 못 쉬게 했다. 불만을 가진 1학년 절반은 휴학 및 자퇴했다"고 밝혔다.

흡사 푸코가 말한 파놉티콘이 떠오르는 대목으로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진위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재학생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범수는 학생들을 A,B반으로 나눠 '차별'했고, 사찰을 통해 '감시'하고 자신의 규율을 학생들에게 '내면화'시켰으며, 캐스팅이라는 결과물로 누군가에게는 '처벌'을 누군가에게는 '상'을 준 문제적 교수가 된다.

신한대학교 측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학교 측은 8일 오후 티브이데일리에 "이범수 씨에 대한 제보를 인지하고 학교 법무감사 팀에서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법무감사팀에서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대응은 다행이지만, 우려되는 건 조사가 굳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제보, 증언 학생들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겠지만 진상 조사 자체가 은밀히 이뤄지는 건 위험하다. 학교에서 이범수를 상대로 제대로 감사를 진행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는 탓이다.

제보자 중에는 온라인에 글을 올리기 전 이미 학교 측에 이를 제보했지만, 이범수에 귀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 역시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한대학교 측은 감사를 진행하겠다면서도 "루머는 법적대응 하겠다"며 사실상 추가적 문제 제기의 여지를 봉쇄해버렸다.

배우 지망생인 제자들에게 현역 배우인 이범수 교수의 영향력은 막대해 보일 것이다. 피해가 없었더라도,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증언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겐 반기로 비춰질까 두려운 일이다. 특히 '성실하지 못한 다수들의 얘기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이범수 측의 발언은 학생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침묵에 대한 내면 규율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여기에 학교 측이 '법적 대응'을 시사했으니, 보이지 않는 앞날을 꿈꾸는 재학생들 입장에서는 입막음을 택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하여 이범수 교수에게 묻는다. 제자들을 진짜 배우로 만들고 싶은 참된 스승이라면 이들이 제기한 의혹에 구체적으로 소명할 의무가 있지 않는지. 두리뭉실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은 지나치게 '성실성'이 부족하지 않는가.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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