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이 오는 12월 첫 방송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방송 전 분위기는 ‘미스터트롯2’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트로트 오디션이다. 같은 시기, 사실상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이 나란히 방송된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방송사 간 자존심 대결로 번져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두 프로그램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돼 펼치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에서 제작 본부장까지 맡았던 서혜진 PD가 지난 6월 퇴사 후 차린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서PD는 TV조선에 있을 때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 심사위원단 구성은 ‘무승부’

심사위원단 구성에 있어서는 ‘무승부’라는 의견이 많다. 발표는 TV조선이 빨랐다. 지난 9월부터 MC 김성주를 비롯해 장윤정과 붐, 장민호 등 직전 오디션 성공의 ‘일등공신’들을 차례로 출연 확정해 발표했다. 가수 진성과 김연자 역시 TV조선 쪽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11월 들어서도 활발한 라인업 발표가 있었다. ‘강변가요제’ 출신 배우 문희경을 비롯해 가수 강다니엘과 에프티아일랜드 이홍기, 이달의소녀 츄 등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작곡가 그룹 알고보니 혼수상태(김경범, 김지환)와 가수 이현우, ‘미스트롯2’의 선 출신 홍지윤 등도 ‘미스터트롯2’를 선택했다. 여기에 코미디언 이은지와 김해준이 합류해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불타는 트롯맨’은 지난달부터 비밀병기들을 쏟아냈다. ‘미스터트롯2’보다 3명 많은 무려 1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을 공개했다. 예능 출연이 낯선 심수봉을 비롯해 남진, 설운도, 주현미, 조항조, 김용임 등 선배 트로트 가수들을 대거 불러모았다.

윤일상, 윤명선 등 인기 작곡가들을 비롯해 가수 신유, 이석훈, 박현빈, 김준수, 이지혜, 홍진영, 조정민 등이 MBN을 선택했다. 뮤지컬배우 김호영과 코미디언 신봉선, 그룹 오마이걸 유빈의 MBN 출연을 확정했다. MC는 장윤정의 남편이기도 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도경완이 맡을 예정이다.

양쪽 모두 레전드 트로트 가수와 인기 프로듀서, 아이돌과 코미디언을 섞어 구색을 맞췄다. 전문성과 재미 모두를 잡겠다는 의도로 심사위원단 구성의 성공 여부는 뚜껑이 열린 후에나 판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오디션 도전자 라인업은 ‘미스터트롯2’ 승

문제는 오디션 도전자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기에서 ‘불타는 트롯맨’이 ‘미스터트롯2’에 크게 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오디션 모두 공개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면서, 일부 인기 트로트 가수들은 섭외를 통해 충당했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유명 가수나,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끄는 인물들에는 작가진이 미리 전화를 해 출연을 약속하는 형태다.

‘미스터트롯2’의 경우 이미 첫 녹화를 마친 가운데, 굳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티켓 파워를 갖고 있는 가수들까지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시즌 출연자를 비롯해 타 트로트 오디션에서 이미 높은 성적을 거뒀던 출연진이나 아이돌 출신들의 면면도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는 21일 첫 녹화를 앞둔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터트롯2’에 비해 신인이나 무명의 비중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스터트롯1’ 출신들이나 역시 타 오디션 출신들이 일부 도전장을 내밀기는 했지만, ‘미스터트롯2’ 출연진과는 인지도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오디션이고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기 때문, 이미 인기가 있는 가수들의 출연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싶지만 그만큼 양질의 무대와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뿐만아니라 현역 가수 팬덤의 결집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 ‘불타는 트롯맨’, 심지어 중복 지원까지 유도하며 회유

양측의 기운 상황은 출연진 섭외 과정에도 드러났다. TV조선은 여유를, MBN은 다급함을 보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요한 이야기다.

몇몇 기획사 관계자들은 MBN 제작진의 집요함에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고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불타는 트롯맨’ 작가라는 사람들이 다른 번호로 계속 전화를 해 소속 가수의 출연을 제안했다. 거절하자 서혜진 PD가 직접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불타는 트롯맨) 출연을 고사했더니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협박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불타는 트롯맨의 경우) 작가진의 변동이 심하고, 내부 공유가 잘 안 되는지 계속해서 같은 연락을 했다. 후에는 ‘미스터트롯2’와 중복 지원을 유도하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반면 ‘미스터트롯2’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현역 가수 중 출연 희망자가 몰리며 오히려 선별해 받았어야 할 정도라고 귀띔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한 관계자는 “많은 인기 가수들이 일찍부터 TV조선 쪽으로 향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 가수들의 선호도가 더 높았던 것 같다. 일부는 출연을 원했음에도 본선 진출자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미스터트롯2’에 더 기대를 보이는 분위기다. 뚜껑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당장 보여지는 것만으로는 TV조선의 ‘승리’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MBN은 TV조선보다 일찍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선택, 분위기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 먼저 확보한 시청자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조선,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