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TV조선의 '미스터트롯2'와 MBN의 '불타는 트롯맨', 두 방송사의 고래 싸움에 트로트 가수들의 새우 등이 터지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겨울 방송을 앞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 '블타는 트롯맨'이 제작 단계부터 대결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패널 섭외를 두고 섭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스터트롯2'는 '미스트롯' 시리즈, '미스터트롯' 등을 통해 트로트 부흥을 이뤄낸 TV조선의 차기 예능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 제작 본부장이었던 서혜진 PD가 지난 6월 퇴사해 새롭게 차린 크레아스튜디오에서 제작에 나선 프로그램이다.

방송가에 따르면 서 PD의 퇴사 과정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TV조선으로 이직한 이후 '미스트롯'을 비롯해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등을 연이어 히트 시키며 TV조선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서 PD지만, 서 PD가 독립 스튜디오 설립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경영진과의 갈등이 불거졌고 결국 그는 보직해임을 거쳐 TV조선과의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TV조선과 MBN 사이의 골도 깊다. TV조선은 지난해 MBN이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베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 PD가 독자 노선을 택한 후 최초로 내놓는 '불타는 트롯맨'을 MBN에서 내놓게 됐고, TV조선은 서 PD가 탄생시켜 놓은 '미스터트롯2'을 들고 두 방송사가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이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각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단은 기성 트로트 가수들이 주를 이뤄 꾸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 방송사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기성 트로트 가수들이다. 특히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의 입장이 가장 난처하다. 출신을 따지자면 TV조선에 출연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 PD의 손에서 태어나 일명 '서혜진 사단'으로 불리던 이들로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장윤정, 붐, 김성주 등은 TV조선을 선택했고, 특히 장민호가 TV조선의 손을 들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서 PD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고, 최근에는 MBN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우리들의 트로트' MC를 맡으며 MBN 행이 유력했던 터라 그의 '미스터트롯2' 합류 소식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최근 트로트 팬덤은 가수가 TV조선, MBN 중 어느 방송사에 출연하고 있는지를 따져 이들이 '미스터트롯2' 또는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할 것이라는 추측을 펼치고 있다.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에 각 방송사들의 보복성 출연 거부 등을 예측해 섭외 여부를 추측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자칫하면 두 방송사의 알력 다툼에 트로트 가수들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로트의 부흥을 이끌어내겠다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트로트 계를 반으로 갈라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방송사들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조선,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