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비상선언', 기존의 재난 영화와는 다르다" [인터뷰]
2022. 08.06(토) 15:06
비상선언, 이병헌
비상선언, 이병헌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이병헌이 영화 '비상선언'으로 돌아왔다. 늘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대중을 울고 웃게 만드는 그가 '비상선언'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한 이유는 기존의 재난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최근 새롭게 선보인 신작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제작 매그넘9)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상황,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 재난 드라마다.

언뜻 보면 기존 할리우드 및 국내 재난 영화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몇 개의 지점이 이병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금껏 그 어떤 재난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함이 '비상선언'에 있었다고. 이병헌은 "보통 재난 영화하면 재난과 부딪혀서 이겨내는 영웅적인 캐릭터와 다소 영화적인 설정, 그리고 비현실적인 상황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반면 이 영화는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상당히 다큐스럽고 사실적이었다. 작품 안에 어떤 영웅이 있는 게 아니고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승객들이 이 상황을 이겨내 보려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그래서 대본을 보면서도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진짜 승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엔딩 역시 마찬가지"라는 그는 "재난 영화는 보통 승리했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보기엔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땐 '한재림 감독이 인간의 이기심을 너무 과장해서 표현한 게 아닌가?' '너무 영화적이다' 싶었는데 팬데믹을 겪는 동안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더라. 그때 좀 놀랐다. 이게 영화적으로 과장한 상황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런 면에서 '비상선언'은 우리 인간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작품 속에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는데 '그중 우린 어디에 속할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떤 판단을 할까' 고민하게 한다. 그런 점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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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비상선언'에 끌린 또 다른 이유로 화려한 캐스팅을 꼽았다. '비상선언'에는 '기생충'의 송강호는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 전도연, 여기에 김남길과 임시완, 전소진과 박해준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런 라인업에 대해 이병헌은 "영화를 결정할 때 정말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다면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된다. '남산의 부장들'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비상선언' 캐스팅을 보면서도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영화가 되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니 설레더라. 하물며 전도연 배우와 송강호 선배님은 편한 동료들이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됐다. 물론 함께 호흡을 맞추는 부분은 없었지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라며 동료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과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냐는 물음엔 "사실 촬영 초반 때까지만 하더라도 비행기 팀과 지상 팀이 서로를 부러워했다. 우린 360도로 돌아가는 세트장 안에서 혹시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벨트를 꼼꼼히 못 매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긴장감 속에 촬영하고 있는데 지상 팀은 아니지 않냐. 그런데 지상 팀 역시 한 번의 세트촬영 외에는 모두 야외에서 촬영했을 정도로 무척 고생했더라. 그런 비하인드를 모르다 보니 가끔 만나면 서로를 부러워하곤 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선 두 팀의 생각이 바뀌었다. 다들 힘들었구나, 고생했구나 하며 위로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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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비상선언'을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한 마지막 이유는 그가 연기한 캐릭터에 있었다. 그가 맡은 재혁은 비행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 이병헌은 재혁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없는 정말 특별한 트라우마와 과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캐릭터 자체로만 놓고 보면 굉장히 평범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일 수도 있지만 비행기만 타면 굉장히 예민해지고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 가장 빨리, 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이 극단적인 재난 상황을 맞이할 때 가장 먼저 당황스러움과 공포스러움을 표정과 몸으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승객들의 공포를 가장 먼저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하며 "비행기 내 모든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라 해석하며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은 지금껏 맡은 그 어떤 역할보다 빠르고 깊게 재혁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과거 재혁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던 것. "20대 시절 공황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그래서 재혁의 고통을 더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한 그는 "지금도 완벽히 극복한 건 아니다. 다 낫는 게 없다고 하더라. 상황에 따라서 공황 증상들이 발현될 때도 있고, 과호흡 같은 게 나올 수도 있다. 사실 재혁처럼 공황장애를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거다. 공황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비상약을 갖고 다닌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상태다"라고 덤덤히 밝혔다.

재혁과 또 다른 공통점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병헌은 "물론 '싱글라이더' 때도 아이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랐고 '비상선언'에 딸로 나오는 친구와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때보단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했고 자식과의 관계에 있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이기에 조금 더 감정이입이 쉽게 됐던 것 같다. 연기하는 데 있어 힘이 많이 됐다"면서 "배우들은 자신이 경험해 본 걸 연기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는다. 이번엔 운이 좋게도 내가 경험해 본 것을 연기하는 것이기에 조금 더 확신을 갖고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이병헌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비상선언'이라는 작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특히 이번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흑기를 뚫고 온 작품이기에 이병헌에게 있어 더 의미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리기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시사회를 마치고 무대에 올라 관객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니 마음 안에서 뭔가 들끓는 느낌을 들더군요. 팬데믹이 있기 전까지 (영화 개봉은) 내 일상이고 루틴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오랜만에 마주하니까 새삼 새로웠어요. 내가 지나왔던 순간들이 참 행복한 일들이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죠. 감사함을 많이 느낀 순간이었어요. 재난은 그렇게 예측할 수도 없고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건 막을 수 없어요. 중요한 건 그 재난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일 겁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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