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봄날'은 언제인가요 [씨네뷰]
2022. 04.27(수) 07:00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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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이미 떠나보냈을지도, 왔는데 알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의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였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봄날'이다.

27일 개봉한 '봄날'(감독 이돈구·제작 엠씨엠씨)은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큰형님 호성(손현주)이 아는 인맥 다 끌어모은 아버지 장례식에서 부조금을 밑천 삼아 기상천외한 비즈니스를 계획하며 제2의 봄날을 꿈꾸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호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철없는 어른이다. 나이만 들었지 하는 행동은 자식들과 별반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잔소리를 듣기까지 한다. 얼마나 철이 없냐면 유일한 자랑거리가 고교 시절 동급생들과 선배들을 패고 동네 짱이 된 일화일 정도. 교도소도 8년이나 다녀온 탓에 아들 동혁(정지환)에게 아버지는 어느새 잊혀진 존재가 됐고, 결혼을 앞둔 딸 은옥(박소진)에게도 아버지는 든든하긴커녕 숨기고 싶은 짐과 같은 존재다.

그런 호성이 인생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해보려 한다. 아들의 원룸 보증금을 내주고 딸의 결혼식 비용을 보태주는 등의 행동들 말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를 찾으려 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8년 전 목숨을 걸고 구해준 동생들조차 자신을 챙겨주려 하지 않는다. 주변에 남은 건 가족들과 까불이 동네 친구 양희(정석용) 뿐이다. 인생을 조폭으로 살아왔기에 호성이 할 수 있는 것 또한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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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요즘의 조폭 영화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최근 개봉한 누아르 작품들에서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강조됐던 반면, '봄날'은 짠하고 코믹스러운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피가 낭자하는 꾸밈 가득한 액션 역시 없다. 다 보고 남는 건 전성기가 끝난 형님의 구질구질하고 처참한 결말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온갖 판타지로 가득 찬, 말 그대로 영화 속 조폭의 삶이 아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봄날'을 떠나보낸 이의 민낯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 자신의 화려한 '봄날'을 추억하는 우리 주변의 어른들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호성이 그저 남으로만 보이지 않고 어딘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봄날'은 지나간 '봄날'만 주목하지 않는다. 배우 지망생인 동혁에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이 '봄날'일수 있고, 은옥은 자식을 갖는 순간이, 또 양희에겐 오랜 친구 호성과 함께하는 이 하루가 '봄날'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저 마다의 '봄날'은 다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우리의 '봄날'은 언제였을지 곱씹게 한다.

'봄날'에 잔잔하고 뜻깊은 이야기만 담겨 있는 건 아니다. 부조금 없이 장례식장에 왔다가 눈치를 보는 지인이나 급하게 달려오느라 온몸에서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직장 동료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볼 법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절로 웃음을 유발하고,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다 매력이 넘친다. 몰아치는 고민들에 머리를 쥐어뜯는 호성을 중심으로, 그런 형이 늘 못마땅한 동생 종성(박혁권), 눈치 없는 친구 양희와 두 자식까지. 통통 튀기보단 부드럽게 서로와 어우러지며 진짜 가족을 보는 듯한 안정감 있는 케미를 완성한다.

온 가족이 봐도 부담 없을 코미디 드라마다. 2022년 봄의 끝자락을 맞는 지금, 따스한 감성으로 무장한 '봄날'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관객들의 마음도 녹여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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