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수수한 얼굴로 그려내는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반전이다. 마치 뭐든지 그릴 수 있는 흰색의 도화지처럼, 배우 천우희의 역량은 무궁무진하기만 하다. 또다시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하는 '앵커'의 천우희를 만났다.

영화 '써니' '한공주' '우상'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매 작품마다 한계 없는 변신을 선보였던 천우희가 이번엔 앵커가 돼 돌아왔다. 20일 개봉되는 '앵커'(감독 정지연·제작 인사이트필름)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천우희는 극 중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은 후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리는 앵커 세라를 연기했다.

천우희가 '앵커'를 선택한 이유는 세라의 직업에 끌렸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 역할을 주로 했던 탓에 전문직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천우희는 "연차가 쌓일수록 제 직업에도 경력이 생기고 있는데 연기로도 프로다운 면모를 표현해봐도 좋겠다 싶을 때가 이때였다"고 말했다.

전문 앵커인 캐릭터의 표현을 위해 천우희는 기초과정부터 연습했다. 관객들이 이질감 없이 캐릭터에 몰입하려면 앵커 연습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우희는 "발성, 표정, 전달하는 방식을 다 배웠다"면서 "중립적이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도 꽤나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우희는 "준비는 정말 연습밖에 답이 없더라. 어떤 직업군을 표현한다는게 굉장히 신경 쓰이더라. 그 직업군인 분들이 아쉬운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제가 대충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최대한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만 앵커로서의 모습과 인물이 겪는 감정선 사이를 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극 중 세라는 의문의 제보 전화 이후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리며 극한의 감정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앵커로서는 아주 중립적이고 딱 정제된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연기적으로는 이 인물이 갖고 있는 극적인 면이 있다 보니까 두 개를 융합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에 천우희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세라가 겪는 감정선들을 기승전결의 그래프를 그려 정확하게 표현하려 했단다. 천우희는 이에 대해 "이 인물이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과 감정을 최대한 납득시키고 감정적인 그래프를 잘 연결하는 게 우선이었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감정의 진폭보다 더 크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재미도 놓칠 수 없었다. 천우희는 "장르적인 재미를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으려면 제가 예전에 했던 섬세하거나 밀도를 높여서 하는 연기보다는 그림적으로는 극적인 명확도가 뚜렷하게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해야 극적인 긴장감과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철저한 노력 끝에 천우희는 전문 앵커로서의 모습과 기묘한 일에 엮이면서 광기로 치닫는 감정선을 모두 완벽히 소화해내며 또 한 번 변신에 성공했다. 맑고 순수한 얼굴과 대비되는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천우희의 반전에 다시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스스로도 센 캐릭터를 주로 해왔던 이유를 '반전의 재미'를 꼽았다. 극한의 감정을 소화하는 탓에 힘들 법도 한데, 천우희는 되려 재밌다며 웃어 보였다. 천우희는 "제 스스로는 항상 객관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야만 자기 감상에 빠지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고, 작품의 의도나 캐릭터에 맞게 더 표현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천우희는 "정신적인 대미지는 분명히 있을 거다. 제가 듣기로는 연기지만 뇌는 진짜라고 인식한다더라. 저로서는 그걸 온오프를 잘하려고 한다. 온오프가 잘 돼야지만 저도 건강할 수 있고 연기적으로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름의 노력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천우희가 또 어떤 반전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줄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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