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손호준에게 연기는 욕심 없이 길게 하고 싶은 것이었다.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올드카 스텔라처럼 느리지만 오랫동안 달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텔라'(감독 권수경·제작 데이드림)는 보스 서사장(허성태)이 하룻밤 맡긴 슈퍼카가 동식(이규형)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지고 영배(손호준)가 범인으로 몰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손호준은 목숨을 걸고 사라진 차를 찾으러 나서는 주인공 영배 역을 연기했다.

'쓰리 썸머 나잇' 이후 7년 만에 도전하는 코미디 장르, 심지어 주인공이다. 오랜만의 코미디 주연을 맡은 소감에 대해 그는 "처음엔 '과연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또 관객들이 얼마나 날 믿고 보러 와주실까 걱정도 됐다. 또 '스텔라'는 기존에 내가 선보였던 코미디와는 달랐다. 표현이 더 크고 슬랩스틱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새로운 것이다 보니 좀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도전하며 새롭게 배운 것도 많았단다. 손호준은 "슬랩스틱만의 재미와 역동적인 웃음이 있어서 재밌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코미디 연기를 지금껏 많이 해왔는데, 하다 보니 나만의 포인트가 노하우가 쌓이는 것 같다. 어떤 걸 했을 때 사람들이 웃는지 점차 배워나가는 듯하다"라며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들려줬다.

영배를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손호준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영배를 특정한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기보단 최대한 실제로 있는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다. 대본만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놓치기가 쉽기에 감독님과 여러 상의를 나누면서 영배를 그려나갔다. 감독님이 워낙 열려 계신 분이라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해주셨고, 덕분에 편하게 영배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배와 닮은 점을 묻는 질문엔 "겉으로만 보면 '차량 담보 업계의 에이스'라는 영배의 직업 탓에 피도 눈물도 없고 냉정한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반전적으로 정이 참 많은 친구다. 그래서 슈퍼카를 친구한테 맡기면서 인생이 꼬이기도 하지 않냐.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이겠지만 그런 정이 많은 부분은 조금 비슷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영배가 이해되기도 했다"고 답했다.


손호준은 '스텔라'에서 크게 세 명의 인물과 호흡을 맞춘다. 이규형, 허성태, 자동차 스텔라가 그 주인공. 이들과의 호흡에 대해 "규형이 형과 성태 형은 워낙 성격들이 다 좋으시다. 같이 연기하실 때 애드리브도 잘 받아주시고 연기가 유연하다. 덕분에 너무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고마움을 전한 손호준은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성태 형은 평상시에는 너무 순하고 재밌는데 슛만 들어가면 무섭게 바뀐다.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았다"고 전했다.

스텔라에 대해선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벽과 대화하듯 연기해야 하지 않냐. 돌아오는 피드백이 없는 상대와 어떻게 합을 맞춰야 할지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흡이 너무 좋더라. 30년이 넘은 오래된 올드카임에도 불구하고 고장 한 번 없이 테이크를 소화해 줬고, 감독님께서도 연출도 잘 해주셔서 진짜 스텔라와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 같더라. 결과물을 보니 오히려 스텔라보다는 내 부족함이 보여서 부끄러웠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스텔라' 속에는 아버지, 옛날 가요 등 추억의 키워드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를 통해 스텔라와 함께 여정을 다니던 영배는 미처 잊고 있었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관객들도 자연스레 저마다의 과거를 곱씹으며 추억에 빠지게 된다.

손호준의 경우 '아버지의 무게'를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됐단다. "아버지의 무게는 늘 느끼고 있었지만 영화를 찍으며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면서 "영화를 하며 아버지가 이렇게 힘든 시기에 우릴 키워오셨구나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부모님한테 잘 한다 하더라도 우리를 키워주신 만큼은 보답하지 못한다 생각한다.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늘 아버지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왔고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는 "난 늘 우리 아버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버지 같은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버지처럼 양보하며 살고 싶다. 내가 꿈꾸는 아버지상은 그런 것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스텔라'는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이다.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즐거웠고 소중한 작품이다. 차와 연기를 한 건 처음이었지만 그만큼 발전의 기회가 됐다.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힌 손호준은 "앞으로도 이 배우라는 직업을 길게 길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연기라는 일을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뿐이다. 영화 속에서 스텔라의 최대 속도가 시속 50km인데 나도 딱 그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 생각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