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뻔한 장면들의 연속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엉성한 개연성에 클리셰 범벅인,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뜨거운 피'다.

23일 개봉되는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제작 고래픽처스)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희수가 구암을 장악하고 있는 손영감(김갑수)에게서 독립해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산 내 이권 다툼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다뤘다. 밑바닥 조폭들의 이권과 생존을 건 사투가 러닝 타임 내내 꽉 채웠다.

문제는 불친절한 서사다. 희수가 왜 이권 다툼에 뛰어들고, 인물들 간의 갈등 이유가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아 이야기 전개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눈 깜짝할 새에 동지였던 이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유가 선명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불분명하다. 특히 희수와 아미(이홍내)의 관계성은 초반 설명이 부족한 탓에 헷갈리기 쉽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명확한 설명이 나오니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문제는 또 있다. 누아르 장르에서 흔히 볼 법한 클리셰의 남용이다. 희수가 각성하는 계기, 아미 및 각 인물들의 엔딩이 장르적 문법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 허술한 전개 위에 클리셰를 올려놓은 탓에 무엇 하나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가뜩이나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클리셰가 피로도와 지루함을 배가시킬 뿐이다.

음악 사용법도 아쉽다. 장면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음악은 몰입도를 깨뜨린다. 장면과 음악과의 괴리감을 이용해 아이러니를 자아내고 싶었을 터지만 완벽히 실패했다.

캐릭터들의 행동에 당위성이 떨어지니 배우들의 연기도 힘을 잃었다. 특히 주연인 정우의 연기는 늘 지나치게 감정이 과잉된 상태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불분명하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정우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모두가 그렇다.

정통 누아르를 표방하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이도 저도 아닌 '뜨거운 피'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뜨거운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