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다양한 비판과 비평, 논란과 구설수는 때론 작품을 향한 엄청난 관심을 반증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인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감독이 시청자들의 비판과 작품을 향한 논란들에 대해 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연출 이재규)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기본적인 토대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그걸 제외하곤 설정과 엔딩 등 대부분의 것이 변화를 맞았다. 일례로 이나연(이유미)과 윤귀남(유인수)의 캐릭터 설정, 바이러스의 기원 등이 그렇다. 이런 변화를 시도한 이유에 대해 이재규 감독은 "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설정을 넣었다"며 "아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모습,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모습은 원작 그대로 가져왔지만 캐릭터 설정이나 이들 간의 관계, 구체적인 사건들은 원작과 달리 갔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원작은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밝히지 않고 오히려 숨기려 하는 반면 저희는 인간으로부터 바이러스가 기원이 됐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신인류' '절비(절반의 좀비)' 등의 용어도 드라마에서 새롭게 등장했으며, 이들이 '신인류'가 되는 과정과 결말도 웹툰과는 사뭇 다르다. 이 감독은 "지금 팬데믹 상황을 봐도 10명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면 몇 명은 감염이 안 되고 또 몇 명은 감염되고 나머지는 잠복기를 거치다 감염되지 않냐. 사람마다 감염 체계가 다르듯 좀비 바이러스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했다. 기존 좀비물의 전통과 유산을 그대로 가져가되 이런 특색 있는 부분도 있어야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로 넘어가더라도 확장성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의지 때문에 면역자가 된다기보단 다양한 인간 군상, 다양한 면역 체계로 인해 이뮨(면역자), 이모탈(살아있는 상태로 감염이 된 사람)이 생겼다고 봤다"고 말했다.

변화된 설정만큼 작품이 주는 메시지 역시 다른 뉘앙스를 띈다. 특히 드라마는 가족애와 인류애를 말하는 데 많은 러닝타임을 소비한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작품을 보면 아이들이 아무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상태로 노출돼 있지 않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시스템과 이성적인 사고가 허락하지 않는다. 이때 이 아이들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뿐이다. 본능적인 책임을 지려하는 거다. 국가나 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엄마나 아빠는 하려 하는데, 이런 부분을 대비해서 보여주려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엔딩도 달라졌다. 원작은 실종됐던 남라가 구출된 뒤 스스로 질병 센터에 입원해 각종 연구를 돕는 결말로 끝이 나지만, 드라마는 남라(조이현)가 '신인류' 집단에 속한 채로 살아가는 엔딩으로 막을 내리며 시즌2를 암시한다. 이런 엔딩을 만든 이유에 대해선 "좀비라는 건 일단 인간에게 유해하지 않냐. 이 와중에 면역자들끼리의 집단과 이모탈끼리의 집단이 새롭게 생겨난다. 이때 인간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 집단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가야 할까 상상하게 됐다. 그룹끼리 부딪히는 과정을 앞으로의 이야기를 통해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아직 시즌2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또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설정이 바뀌며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도 존재했다. 일단 웹툰이 실사화되며 폭력성 및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웹툰이었다면 괜찮았을 설정들이 영상화되며 문제가 된 것. 이 밖에 박희수(이채은)이 화장실에서 출산을 하거나 일진들이 민은지(오혜수)의 교복을 벗기고 나체 영상을 찍는 등 원작에서 담기지 않았던 것들이 드라마 속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며 입방아에 올랐다.

논란이 된 장면들에 대해 먼저 "모두 필요하다 생각해 넣은 장면이지만 연출자로서 시청자분들이 불편하게 느껴셨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이 감독은 "은지는 목숨보다도 사진이 노출되는 게 두려워 좀비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다. 어떻게 하다 은지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려하게 됐는지 기본적인 설정값을 필요로 했기에 이런 설정을 넣게 됐다. 이 아이를 보며 귀남이 했던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 행동이었는지 관객들이 느끼길 바랐다. 또 희수 이야기의 경우 현실에서도 많이 기사화된 일이다.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열여덟 살 소녀의 모습이 극 전체적인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이 설정을 넣게 됐다. 시스템은 구하지 못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키려 하는 모습, 이게 우리 가족들이 갖고 있느 최소한의 책임감이자 어른스러움이라 생각해 넣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수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원작은 훨씬 더 강렬한 부분이 있는데 웹툰이 갈 수 있는 수위가 있고 영상물이 갈 수 있는 수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웹툰에 있던 설정이 그대로 구현된다면 견디기 어려울 장면도 다수 있기에 어느 정도 순화했다. 나연과 귀남의 악랄함도 원작 그대로 가져오기 힘들어 조금 순화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 '지옥' '마이 네임' '고요의 바다' 등 최근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6부작이나 8부작을 선택한 것과 달리 12부작으로 구성돼 '전개가 비교적 느리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감독은 비판을 어느 정도 수용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12부작으로 기획한 건 아니다. 적게는 8부작, 많게는 14부작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적합한 회차가 어느 정도 있까 고민을 많이 했고, 최종적으로 12개의 에피소드가 우리가 담으려는 이야기에 적합할 거라 생각했다. 이보다 적다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비교적 상쇄될 거라 봤다. 대신 회차가 긴 만큼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더 빠르게 전개를 펼쳐나가려 했다"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러브라인이 아쉽다는 평가와 관련해선 "개인적으로 사랑과 우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10대들의 경우 더 그렇다. 그땐 사랑과 우정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냐. 그렇기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도 이 이야기를 빼고 말할 순 없었다. 좀비물이라고 해서 항상 살고 죽는 문제, 쫓고 쫓기는 문제만 하면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해 이런 부분을 소재로 사용했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이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분들은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좀비 마니아만 볼 수 있는 작품보다는 보다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기에 넣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일 터. 실제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 자리를 11일째(8일 플릭스 패트롤 기준) 수성 중이다. '지옥'이 기록한 것과 같은 성적이다. 아직 830점의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고 총 42개국에서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기록 경신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1위를 예상했냐는 물음에 "이렇게 반응이 좋고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얘기를 해주시고 재밌어해주셔서 신기하다. 세계 1등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2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만 이렇게 될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정서나 이야기들도 느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었지만, 작품이 이렇게까지 잘 될 거라곤 예상 못 했다"라고 답했다.

"테크니컬 스태프, 액션 팀과 무술팀, 좀비 배우분들과 안무가들 등 스태프들의 능력치들이 세계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거나 충족했기 때문에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생각한다"고 주변에 공을 돌린 이 감독은 "또 성인이 주가 되는 기존 좀비물과는 달리 저희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더 신선하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한국인이 만든 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 분들이 전체적으로 흥도 많고 감정적으로도 깊은 것 같다. 어떤 걸 보더라도 서양인들에게 더 깊게 공감할 줄 안다. 만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흥이 많고 공감력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한국의 장르물과 한국의 콘텐츠가 이들의 마음속에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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