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공유의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 번쯤 해볼 법한 고민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 공유가 '로코킹'이란 수식어를 잠시 접어두고, 철학적인 주제 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연속해서 선택한 이유였다.

지난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고요의 바다'(극본 박은교·연출 최항용)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공유는 극 중 우주항공국의 최연소 탐사 대장 한윤재룰 연기했다.

공유가 '고요의 바다'를 선택한 건 작품 속 인문학적인 관점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주 SF 장르지만, 환경과 기술과 인권 등 다양한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고요의 바다'는 공유에게 천편일률적인 공상 과학물이 아니게끔 느껴졌다. 공유는 "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는 설정들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윤재가 되기 위해 공유는 그간 해왔던 방식대로 캐릭터에 접근했다. 자신에게서 캐릭터와 비슷한 모습을 끄집어내 극대화시키고 극에 녹여냈다. 이번에 공유가 한윤재에게 덧입힌 자신의 모습은 시니컬한 모습이었다. 공유는 "윤재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함이 있다면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정의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윤재가 가지고 있는 굳건함과 책임감 이런 부분들은 실제 제 성격과도 닮아 있다"고 했다.

공유가 생각한 한윤재의 키워드는 부성애였다. 극 중 대가뭄 이후 국가는 사람들에게 등급을 매겨 급수량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물이 필요한 아이들은 채 생후 5년을 넘기지 못해 죽어가는 디스토피아에서 한윤재는 등급을 올려준다는 상부의 제안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에서의 임무를 받아들인다. 공유는 "윤재는 어떻게 보면 최연소 탐사 대장에 엘리트 부분들 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 아이의 평범한 아빠라고 생각했다"면서 "아이에게 좀 더 많은 식수를 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래서 윤재의 얼굴에 고단함이 잇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처럼 윤재도 사회생활에 지쳐가고 있었을 테고 그 고단함과 시니컬함이 얼굴에 묻어났으면 했다"라고 말했다.

부성애라는 키워드는 '용의자' '부산행'의 캐릭터들과도 맞닿아있다 그러나 공유는 한윤재의 부성애를 단편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공유는 "'고 요의 바다' 같은 경우에는 딸을 위해서 우주선에 승선한 건 맞지만 확장시킬 여지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금 세대의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공유에게 가장 힘들었던 건 우주복이었다. 근 미래 설정이기 때문에 과거에 봐왔던 우주복보다는 경량화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나가는 무게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단다. 공유는 "초반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윤재는 다른 배우분들보다 액션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리 편하게 제작을 했다고는 하지만 우주복이기 때문에 가동 범위도 제한적이었다. 무게 때문에 뛰거나 와이어 액션을 할 때도 몸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아서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체력적인 고단함은 함께 한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 공유는 "다들 연령대도 비슷해서 배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로 금방 가까워졌다"면서 "아무래도 같이 몸 고생을 하다 보니까 전우애 같은 게 생겼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유는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배두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두나 씨가 한국에서 아이코닉한 배우라고 생각했고,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동갑내기여서 더 마음 편했다"면서 "두나 씨가 작품을 할 때 어떠한 마음 가짐으로 임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니까 너무 좋더라. 그런 부분도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두나 씨가 드라마에서 가장 중심축이고 큰 서사를 가지고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을 잘 잡아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요의 바다'는 한국형 우주 SF 드라마로 공개 전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공개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있다. 초반 전개가 지루에 끝까지 집중하지 못했다는 불호의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공유는 이러한 호불호 반응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단다. 그는 "아무래도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까 호불호가 나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저희가 1등을 하려고 드라마를 만든 것은 아니지 않나. 사람들은 결과론적이니까. 순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여 그렇게 생각하실까 봐 그런 부분에 대한 노파심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작품의 흥행 순위와 상관없이 '고요의 바다'는 공유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는 "'고요의 바다'가 저에게 남긴 가장 큰 것은 과연 인류는 다소 비인류적이더라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어디까지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다"면서 "그 고민에 대해 지금은 확답을 못 드리겠는 게,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공유는 극 중 한윤재와 송지안(배두나)이 선과 악이 아닌 각자의 신념으로 부딪혔던 것처럼, 다수의 생각에 뜻 없이 따라가지 말고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삶을 살아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갈등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형 SF 장르의 첫걸음치고는 저는 꽤 훌륭한 첫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해 다양한 관점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만큼 작품에 대해 괌 심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도깨비' 이후 영화 '82년생 김지영' '서복', 그리고 '고요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년 새 공유의 작품 선택은 철학적인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공유의 로맨스 코미디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선택일 수는 있지만,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대중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그 작품들의 메시지와 닿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유는 "제가 제작이나 작가, 감독은 아니지만 같이 기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그런 쪽에 욕심이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그거에 대한 제 정서와 본능에 따른 행동들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고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 공유는 "제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서라는 생각도 한다. 작품이긴 하지만 연기를 통해서 그런 상황에 놓이고 시간을 겪음으로 인해서 저에게도 무언가가 남는다"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작품을 통해서나마 실제로 행동해보고 그 느낌을 채우고 싶은 욕구도 있는 것 같다. 제가 고민하고 잇는 지점들을 간접적으로 겪음으로 인해서 새로운 시각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공유가 다음에는 어떠한 질문들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올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