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닮사' 김재영의 새로운 시작 [인터뷰]
2021. 12.10(금) 08:00
너를 닮은 사람, 김재영
너를 닮은 사람, 김재영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오랜 무명 세월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지쳐 배우를 관둬야 하나라는 고민도 했지만, 김재영은 방황 끝에 본인으로부터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김재영이 스스로 찾은 답이었다.

2011년 모델로 데뷔, 영화 '노브레싱'과 드라마 '아이언맨' 등으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한 김재영은 최근 '백일의 낭군님' '은주의 방' '시크릿 부티크'에 연달아 출연하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019년엔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로 KBS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경력이라 볼 수 있겠지만, 김재영의 심정은 달랐다. 김재영의 마음속 한 편에는 불안함이라는 씨앗이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김재영은 "'사풀인풀'을 끝내고 되게 우울했다. 나이는 서른셋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난 할 수 있는 게 연기와 모델 일밖에 없으니 앞으로 뭘 해야 하나 싶었다.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김재영은 고민을 시작하게 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모델 일을 하다가 자연스레 연기로 넘어오게 됐는데, 그땐 연기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자연스러운 연기에 초점을 맞춰서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난 왜 성공하지 못할까?' '난 언제 잘 되지?'라는 불만이 생기더라. 그땐 그냥 조금 했던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결과 '결국 내가 문제구나'라는 답이 나오더라. 지금의 내가 잘 못 된 거라면 다시 처음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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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김재영이 처음 만난 대본이 바로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극본 유보라·연출 임현욱)이었다. 최근 종영한 '너를 닮은 사람'은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와, 그 여자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되어버린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 중 김재영은 구해원(신현빈)의 연인이자 정희주(고현정)의 내연남 서우재 역을 연기했다.

김재영은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 바로 감독님께 하고 싶다고 달려들었고, 두 번 정도 미팅을 가진 끝에 '같이 하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때 생전 처음으로 펑펑 운 기억이 있다. 연기 생활을 하면서 뭐가 됐다는 말에 울어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펑펑 울어봤다"라고 대본을 처음 봤을 당시를 회상했다.

다만 '너를 닮은 사람'이 표면적으로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도 있을 터. 이와 관련 김재영은 "물론 불륜이라는 게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긴 하지만, 그거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이 역할을 어떻게 잘 해내야할까에 대한 고민만 있었다. 바람과 불륜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지만 주변에서도 충분히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냐. 불륜이 겁나기보단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해야할지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다 보니 김재영은 아무런 고민도 없이 '너를 닮은 사람' 출연을 결정지을 수 있었다. 그는 "사실 여러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나만 믿어라. 어떻게든 살려주겠다'라는 말을 해주시더라. 덕분에 연기 톤을 바꾸거나 머리를 기르는 등 다양한 변신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고 감독님의 말처럼 너무 결과적으로도 너무 잘 살려주셨다. 덕분에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재영은 서우재를 그려나간 순서를 귀띔해 주기도 했다. 김재영은 "과연 이 사람들은 왜 불륜을 하고 왜 바람을 피울까, 거기서부터 고민을 하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그러다 사람이 정말 이기적일 경우, 자신의 사랑만 생각하는 경우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아무리 불륜이 윤리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연기하는 입장에선 우재를 진심으로 이해해야 했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라는 마음으로 우재에 공감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다음으로 김재영이 그려나간 건 희주와 해원을 향한 마음이었다. 그는 먼저 희주와의 관계에 대해 "고현정 선배님과 '서로에게 왜 끌렸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해봤는데, 우재는 결핍이 큰 인물이라 생각했다. 부모에 대한 결핍, 집안에 대한 결핍, 화목함이 주는 결핍, 엄마에 대한 결핍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저 단적으로만 보면 희주의 외모 때문에 끌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모성애 적인 부분도 우재가 희주에게 끌린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재영은 우재가 해원을 놓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선 "사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라면서 "왜 제대로 해원에게 집중하지도, 제대로 끝을 내지도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해원에게 끌린 이유는 알 것 같다. 미술을 하면서 그나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한테 의지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미술적으로 끌리는 부분도 있기에 해원을 받아준 게 아닐까 싶다. 또 우재라는 사람이 외로움이 많던 사람이지 않냐. 우재 입장에서는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을 놓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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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재영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모든 걸 쏟아부으며 서우재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니 더 온전히 모든 걸 쏟을 수 있었다고. 김재영은 "아무래도 데뷔한지 좀 됐기 때문에 예전엔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면 반감이 생길 때도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할 땐 정말로 '난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렇게 하니 연기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도움이 많이 되더라. 아직 계속 발전해야 하고 갈 길이 멀지만, 긍정적인 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연기를 잘 보여주면 성공은 뒤따라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린 만큼 목표도 남다를 터. 김재영은 새로운 목표가 있느냐는 물음에 "어렸을 땐 '대중 분들이 절 보며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요즘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좋더라. 나만 봐도 작품을 믿고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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