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편견이 이해로 바뀌는 순간, 파격적인 나이 차이는 없어지고 사랑만이 남았다. 편견 가득한 두 남녀의 사랑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 담긴 영화 '빛나는 순간'이다.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제작 명필름)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내용보다 두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이 설정이 더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70대 해녀와 30대 다큐멘터리 PD의 사랑이라니. 영화를 보기도 전에 두 사람의 나이 차이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영화는 그런 편견에 계속해서 균열을 만든다. 경훈이 다큐멘터리 촬영 허락을 맡기 위해 해녀의 일을 돕고, 진옥과 경훈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들을 담담히 담아냈다. 관객의 편견이 잘못됐다고 다그치지도 않고, 그저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 교류를 그려내며 편견의 빗장을 열어간다.

또한 진옥과 경훈의 사랑을 섹슈얼이 아닌 감정적 상호 작용으로 그려냈다는 점도 편견의 허들을 넘게 만든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해 주는 순간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이 완성된다'는 감독의 말처럼, 위로의 순간 사랑이 피어나고 편견이 저문다.

진옥과 경훈의 사랑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은 고두심의 연기에 있다. 고두심은 평생을 바다에 몸 바쳐 사랑을 잊고 살았던 진옥이 경훈을 만나 여자로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깊은 내공의 연기로 생동감 있게 만들어냈다. 그 생동감은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진옥을 응원하게 만든다. 또한 진옥이 제주도의 아픔인 제주 4.3 사건과 어린 딸을 잃은 아픔을 토하듯 쏟아내는 클로즈업 신은 가히 압도적이다.

영화 속 제주도의 풍광도 인상적이다. 이번 영화는 제주도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 푸른 바다와 숲, 곶자왈, 이끼폭포 등 제주만의 공간들을 제대로 담아냈다. 넓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제주의 귀한 풍경도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빛나는 순간'은 나이 차이로 인한 두 남녀의 사랑에 대한 선입견을 이해시키는 힘이 있다. 편견을 잔뜩 가진 사람도, 영화 후반부 경훈의 동료가 진옥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경훈에게 하는 "역겨워"라는 말이 되려 불쾌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지도. 30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빛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