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이변은 없었다.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진행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배급 판씨네마)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1980년대 미주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에서 윤여정은 할머니 순자를 연기,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미나리'로만 30여개가 넘는 연기상을 수상해 오스카 레이스에서 두각을 보였다.

모두의 예상대로 이날 여우조연상은 윤여정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은 한국 배우로는 최초이며, 아시아 배우로서는 64년 만의 수상이다. 또한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 배우로서는 처음이다.

수상대에 오른 윤여정은 자신에게 '미나리' 팀과 자신에게 표를 던져준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도 영광을 돌렸고, 특히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윤여정은 두 아들을 언급하며 "엄마 보고 나가서 일하라고 했던 두 아들의 잔소리 덕분에 이 상을 받는 것 같다"는 센스 있는 수상소감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영화 인생의 첫 시작을 함께한 '화녀'의 故 김기영 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미나리'는 이번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윤여정 수상 하나로만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 개가 넘는 상을 수상하고 오스카에 입성해 1관왕을 기록한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업적이다.

시상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지도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가 아니지 않나. 최고의 순간은 없을 거다. 나는 최고라는 말이 싫다. 우리 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겠나"라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에 수상으로 보답할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까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난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축구선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고 그간의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초의 최초, 그리고 또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는 윤여정은 다음 계획은 묻지도 따지지 않고 연기였다.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윤여정은 이미 그 자체로 레전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뉴시스AP, 후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