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영화의 메시지도 장르적인 재미도,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잡지 못한 '서복'이다.

15일 개봉된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STUDIO101)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서복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는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여기에 한국 상업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복제인간 소재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화두를 녹여낸 감성과 SF의 믹스매치가 어떤 비주얼로 탄생할지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 개봉일을 여러 차례 연기한 끝에 극장과 OTT 플랫폼인 티빙 동시 공개를 선택했다.

그러나 기대를 해도 너무 했나 싶다. 철학적인 화두도, 그렇다고 SF 장르의 재미도 애매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는 영화 내내 지나칠 정도로 반복돼 화두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느낌이고, SF 장르만의 재미를 느끼기엔 완성도가 엉성하다.

먼저 영화는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캐릭터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한다. 죽음이 두려운 기헌과 영원히 사는 것이 두려운 서복이 함께 동행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는 영생을 살지만 평생 실험체로서 고통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서복을 통해 유한한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형식이다. 삶은 끝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감독의 노골적인 메시지는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 방식도 이 같은 감상에 빠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굳이 영화를 봐야할 만큼 새롭거나, 영화를 통해서만 생각 가능한 화두가 아니라서 더 그렇다.

SF 장르적인 측면에서 봐도 '서복'은 실패다. CG의 수준은 엉성하기 이를 데 없고, 갑자기 후반부에 구겨 넣은 듯 몰아치는 SF 요소들은 그나마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던 이야기의 선마저 널뛰게 만든다. 특히 결말에 이르러 서복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을 분출시키는 장면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이용주 감독은 복제인간 소재로 기존 할리우드나 마블의 것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지만, 차라리 여타 SF작품들처럼 장르적인 재미라도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서복'이 남긴 것을 찾자면 박보검이다. 서복의 빈틈을 다채로운 눈빛과 표정 연기로 채웠다. 또한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도 꽤 괜찮다. 두 사람의 '투샷'은 훈훈하지만, 이것만 기대하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