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상처와 상처가 부딪히고, 애써 외면해왔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터지는 감정들의 소용돌이. 지독하리만치 인물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면서도, 마지막에는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심어 놓았다. '빛과 철'이다.

18일 개봉된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제작 원테이크필름)은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어두운 밤 길, 두 대의 차량이 사고를 당한 듯 여기저기 훼손된 채 방치돼 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관객 시점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만이 사건 현장을 드문드문 보여준다. 마치 헤드라이트가 비치지 않은 부분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듯이.

교통사고를 일으키고 사망해 버린 남편을 보내고 혼자가 된 희주(김시은)는 전 직장 사장의 배려로 다시 일을 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남편이 일으킨 사고 때문에 식물인간이 된 남자의 아내 영남(염혜란)을 마주한다.

먼저 인사를 건네 오는 영남의 의중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의심하던 희주. 그런 희주에게 자신이 그 사람의 아내라고, 희주가 듣고 싶지 않았던 그 한마디를 건넨다. 죄책감이 다시 덮쳐오고, 엎친데 겹친 격으로 영남의 딸 아영(박지후)까지 의뭉스럽게 떠돌자 희주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실낱같은 정신줄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그때, 아영의 말 한마디가 희주를 격랑으로 몰고 간다. "아빠는 죽으려고 했어요."

극은 아영의 말을 기점으로 희주와 영남이 외면하려 했던 과거와 마주하면서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빠른 속도로 그려내면서 감정과 감정의 충돌을 담아냈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비명이 들리듯 맞부딪히는 희주와 영남의 감정들이 긴장과 스릴을 만들어내면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가혹하게 인물들을 몰아붙이는 듯 하지만, 결국 희망으로 끝난다. 그날의 사고에 머물러 있던, 가해자가 아니지만 가해자처럼 살아야 했던, 희주와 영남의 시계태엽을 다시 돌려주면서 영화는 희망을 엿보게 한다. 각자의 시선에서만 갇혀있던 이들이 마지막에서야 서로를 마주 보는 희주와 영남의 모습이 울컥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도처럼 몰아치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펼쳐낸 김시은 염혜란 박지후의 연기가 압권이다. 특히 사고 당일 남편의 행적을 듣게 된 영남의 절망을 얼굴 표정으로만 표현해 낸 염혜란의 연기는 소름을 넘어 전율케 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빛과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