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티오오(TOO)를 공동 발굴·제작한 기획사 n.CH엔터테인먼트(이하 n.CH)와 CJ ENM이 매니지먼트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엔터업계 ‘큰손’이자 ‘공룡’으로 통하는 CJ ENM이 매니지먼트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n.CH는 14일 “CJ ENM 측이 최근 일방적으로 매니지먼트 업무 종료와 이관을 통보했다”는 주장을 담은 공식입장을 배포했다.

TOO는 지난 2019년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월드 클래스’(World Klass)를 통해 탄생한 그룹으로 CJ ENM과 n.CH가 공동으로 발굴·제작에 합의하고, 지난 2018년 10월부터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습생 캐스팅·트레이닝과 매지니먼트 및 홍보 업무는 n.CH가, 음반제작과 마케팅 업무는 CJ ENM이 맡기로 분담을 협의했다. 지난해 4월과 7월 양사가 공동으로 TOO의 앨범 2장을 발매했다.

하지만 n.CH에 따르면 TOO의 매니지먼트, 홍보 업무 등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정식 계약서 없이 진행됐다.

n.CH는 “CJ ENM 측이 2020년 5월 7일, 7년간 매니지먼트 대행 계약조건이 합의 완료된 계약서 최종본을 전달하며 계약서 날인본을 우편으로 발송하겠다고 했다”라면서 “그러나 수개월동안 계약서 날인본을 받지 못한채, 계약 날인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그사이 CJ ENM을 믿고 계약 없이 TOO매니지먼트 업무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8월에는 CJ ENM 측과 ‘3개월 이내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다’라는 문구가 삽입된 약식 합의서에 양사 날인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날인 후 3개월간 CJ ENM 측이 기존 7년으로 협의 중이던 본 계약 내용을 1년으로 줄인 계약 조건을 제시했고, 후에는 이마저도 번복하며 업무 종료를 일방 통보했다는 것이 n.CH의 주장이다.

n.CH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CJ ENM이 내부승인이 완료됐다고 밝힌 계약서 일부와 CJ ENM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캡처본 등을 함께 공개했다.

CJ ENM 관계자는 n.CH와의 계약 기간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였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n.CH은 “이는 ‘3개월 이내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다’는 합의서이지, CJ가 주장하는 매니지먼트 계약서가 아니다. CJ ENM과 n.CH는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CJ ENM 측은 관련된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CJ ENM의 매니지먼트 사업 직접 진출을 향한 포석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CJ ENM은 순위 조작으로 구설에 오른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를 비롯해, 역시 조작으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아이돌학교’ 등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그룹들을 위탁 매니지먼트사를 선정해 관리해 왔다.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한 자회사를 매니지먼트사로 선정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매니지먼트에 따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이는 타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기획사에서 매니지먼트 업무를 겸하는 경우는 경우는 있었지만, 방송사에서 직접 매니지먼트에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화제를 모은 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이나, 방송 중인 JTBC ‘싱어게인’ 등도 매니지먼트사를 선정해 일정 기간 동안 출연 가수들을 관리했다.

이 역시도 방송사가 매니지먼트 업계에 진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이름을 앞세워 직접적으로 매니지먼트에 뛰어드는 것에는 부담을 느껴왔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방송 채널 등을 다수 소유한 기업에서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진출할 경우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매니지먼트 계약 논란을 통해 직접 매니지먼트가 진행된다면 ‘대기업의 횡포’로밖에 볼 수 없다며, 엔터계 생태계 최상위에 위치한 CJ ENM에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연예 기획사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CJ ENM은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론칭할 때에도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매니지먼트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엔터 산업을 독식하려 하는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는 주장이 팽배했다.

실제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으로 구성된 음악제작사 연합은 지난 2017년 8월 ‘방송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연합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는 이미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 매니지먼트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야기하고 있다”라며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는 음악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질시킬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력과 프로젝트 그룹의 인기에 따라 위탁 매니지먼트 형태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듯 했지만, CJ ENM에서 매니지먼트 사업에 직접 뛰어들 경우 이 이상의 반발 여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CJ ENM에서 이 논란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