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뻔하다. 그렇다고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다. 뻔하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분명 있다. 영화 '도굴'의 이야기다.

4일 개봉된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픽쳐스)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야기는 뻔하다. 첫 장면을 보자마자 결말까지 훤히 예상된다. 강동구가 소위 '꾼'들을 모아 선릉의 '무언가'를 도굴한다는, 이야기 구조마저 단순하다.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케이퍼 무비들의 전개 양상 그대로 흘러간다.

어떻게 보면 케이퍼 무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도굴'은 다른 요소들로 이 한계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소재와 캐릭터다. 먼저 우리나라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도굴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다뤘다. 단어와 뜻은 익숙하지만, 도굴의 세계는 낯설다. 영화는 이 낯선 도굴의 세계를 스크린에 펼쳐내며 이야기 구조의 빈약함을 채웠다.

황영사 금동불상에서 고구려 고분벽화로, 이후 선릉에 묻힌 조선 최고의 보물로 이어지는 도굴의 과정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실제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잘 구현된 선릉 세트와 수장고 속 유물들은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디테일로 구현돼 있다.

배우들의 '티키타카'도 인상적이다. 능글맞은 이제훈과 낭만적인 조우진, 등장한 순간부터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임원희의 티키타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차진 대사와 배우들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 역의 신혜선도 완벽한 딕션으로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냈다.

다만 도굴이라는 범죄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보이는 결말은 다소 아쉽다. 소위 'CJ 감성'이라고 일컫는 과한 '국뽕'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물론 '도굴'의 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도굴'은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소재와 배우들의 연기가 주는 힘으로 가득하다. 아무 생각 없이 2시간 동안 웃고 싶다면, 코로나 블루로 지쳐있는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도굴' 관람을 추천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도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