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미나리'의 감독과 배우들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23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미나리'(감독 리 아이작 정)의 기자회견에서는 리 아이작 정 감독과 출연 배우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어느 한국 가족의 삶을 그린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하다 자기 농장을 만들기 위해 아칸소의 시골마을로 이사 온 아버지, 아칸소의 황량한 삶에 지쳐 캘리포니아로 돌아가고픈 어머니, 딸과 함께 살려고 미국에 온 외할머니.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빗의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올랐던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의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이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 2020년 선댄스영화제 드라마틱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간 가정 출신인 감독이 느낀 유년 시절의 경험이 녹아져 있다. 이에 감독은 "어떤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됐는데 농장에서 살았던 이 이야기의 작품이었다. 그 작품에서 제가 인상을 받았던 것은 작가 본인의 기억에 대해 진실되게 다가가려는 자세였다"면서 "저도 진실되게 제 경험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려고 했다. 1980년대 당시 기억을 가지고 그 순서를 되짚어 보면서 나열을 해 보았다. 영화에 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많이 투영됐다. 만들다 보니 다큐가 아니라 픽션이 됐다. 저의 경험은 영감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나리는 영화의 제목이자 중요한 오브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리 아이작 정 감독은 "실제로 저희 가족이 미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미나리 씨앗을 심었다. 영화처럼 저희 가족도 한국 채소 농장을 했다. 다만 미나리만은 할머니가 우리 가족만을 위해 심고 길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키운 것 중에 제일 잘 자란 것이 미나리였다. 가족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이고,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만큼 '미나리'는 현실감 넘치는 이민 가정의 이야기로 유수 영화제로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윤여정도 '미나리'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현실감 넘치는 시나리오를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연은 "감독님이 쓴 아름다운 대본을 가지고 우리 모두 영화에 참여했다. 배우들 모두 특별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언어나 물리적인 서로의 경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힐링의 포인트가 되길 바라면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감독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 모두가 자신의 경험을 캐릭터에 투영해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쳐냈다. 특히 감독과 같이 이민자 가정 출신인 스티븐 연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인 제이콥을 통해 과거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스티븐 연은 "미국으로 가기 전 캐나다에서도 살았고, 서부의 시골에서도 살았다. 이러한 경험들이 영화에 비슷하게 녹아 있다. 이민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 언어의 차이 등 감독님이 만든 영화의 이야기에 저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그 어느 곳에서도 제가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가족들이 훨씬 더 끈끈하게 연대가 됐던 것 같다. 그것들이 영화에 담겨 있다. 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영화의 내용이 저에게 굉장히 남았다"고 말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1일 개막했으며 30일까지 10일 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미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