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데뷔작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충무로에 파란을 일으켰던 양우석 감독이 신작 '강철비2'를 들고 돌아왔다. 양우석의 고민과 뚝심은 지난 행보들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와 영화 '강철비1'을 통해 분단 세계관을 이어오며 연출자의 길을 조심스레 걸어왔다.

양우석은 전작 '강철비1' 이후 3년 만에 자신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투영된 '강철비2'를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2'(감독 양우석·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이하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장상이 북의 핵 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는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이 주연으로 참여해 전편보다 확장된 문제의식과 스케일을 자랑한다.

지난 2017년부터 '강철비2'를 기획해온 양우석은 깊은 고민들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3년 전부터 기획된 영화다. 수정된 부분도 있지만, 예측했던 부분들이 맞아 떨어졌다"라며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가장 불쌍한 나라다.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민족들이 죽었다.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지만 대한민국은 선진국 소리를 들을 정도까지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강철비2'는 통일을 전제로 한 내용이 아니다. 영화에 대한 여러 시각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럴수록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성 오락영화로서 부담 없이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양우석은 핵무장에 대해 공부한 세계 석학들이 분석한 네 가지 시뮬레이션을 '강철비2'에 녹여 대중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30년전부터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에도 한반도만 유일하게 냉전으로 남아있다. 한반도가 갈 길은 크게 전쟁, 협상을 통한 비핵화, 북한 체제의 붕괴, 대한민국의 핵무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철비1, 2'는 네 가지의 길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두 작품은 전쟁과 상호 핵무장에 대한 이야기다.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도 보여줬다"라며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건 상상력이다. 미국조차도 시뮬레이션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분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양우석은 '강철비1'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 역을 맡았던 배우 정우성을 대한민국 대통령 한강재 역에 캐스팅했다. 강한 지도자를 그려내고 싶었던 그는 주저 없이 전편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우성을 선택했다. 양우석은 "사실 정우성은 최고의 액션 배우다. 총 하나만 주면 모든 걸 해결한다. 판타지라면 정우성에게 총을 줬겠지만, 현실적인 강한 대통령을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극 중 한경재는 가장 강한 대통령이다. 속내가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라며 "한경재는 강단 있는 인물이다. 인내심으로 기다렸다가 기회가 오면 낚아챈다. 긴급 상황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지도자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양우석

'강철비2'는 대한민국 대통령, 북 위원장, 미국 대통령이 핵잠수함 '백두호'에서 정상회담을 벌이며 대립하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양우석은 영화의 주요 공간인 핵잠수함을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잠수함장으로 복무했던 김용우 전 함장의 도움을 받는 등 수많은 노력을 했다.

이에 대해 양우석은 "실제 잠수함 장치를 주문 제작했다. 잠항해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을 받아 사람들이 균형을 잃은 장면 등은 별도로 제작한 짐벌로 구현했다"라며 "짐벌이 수십 톤을 버틴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짐벌이다. 외국에서 짐벌을 보면 베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국제 외교에서 특정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강철비2'는 단순한 악역 연기를 펼치는 인물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양우석은 "국제 외교는 국가 이익의 극대화다. 그렇기에 국제 외교에서는 악역이 없다. 우리는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국민은 남북 관계를 언급하면 분노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사실상 국가단위의 야생 세계에 살고 있다. 한반도는 잡아먹히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우리를 되돌아봐야 된다. 정말 슬프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양우석은 '강철비2'로 많은 사람들이 남북 관계에 대해 관심 갖길 원했다. 그는 "'강철비2'를 통해 같이 남북문제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국민이 국제 문제를 해결한 케이스가 몇 개 없다. 대한민국이 이런 걸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많은 분들이 여운을 집으로 갖고 가길 바란다"라며 영화의 선영향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양우석은 웹툰 작가 시절부터 한반도의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이에 대한 해법을 10년간 제시해왔다. 상업영화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온 양우석. 꾸준한 노력과 집념으로 연출자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의 앞날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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