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김종은 기자]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놨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줄었고, 영화관엔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이를 의식해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열화상 카메라 도입, 비대면 주문 등을 통해 관객들의 극장 방문을 독려하고 있고, 각종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회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변화에 적응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 19 감염증 여파로 문화 산업 전반에 큰 위기가 도래한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극장가다.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극장가에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로 인해 신작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을 미뤄야했고, 극장가에 신작 가뭄 증세가 심해지면서 관객들의 방문이 또 감소되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올해 2월 극장 관객수는 약 737만 명을 기록, 지난해 동 시기 약 2227만 명 기록한 것에 비해 급격히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3월과 4월도 각각 약 183만 명, 9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3월과 4월에 약 1467만 명, 1333만 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했을 때 약 90%에 가까운 하락세다. 5월에는 약 152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약 1806만 명을 동원한 기록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6월부터 신작들이 개봉하면서 관객수가 전보다 늘었지만, 예년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할인권 배포하는 등 떠나간 관객들의 관심을 극장가로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극장가 회복은 아직 멀기만 하다.

◆ 코로나19로 바뀐 멀티플렉스→OTT 서비스 강세로 위기 악화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 이후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 3월 메가박스를 시작으로 모든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좌석 띄어 앉기'를 실시해 50% 미만으로 좌석을 채우며 관객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고, 매 상영이 끝날 때마다 소독·방역 작업 등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아직 다수의 직원이 극장에 상주하고 있지만 지방은 사정은 타격이 한 눈이 보인다. 본지가 직접 찾은 지방의 일부 멀티플렉스엔 한 명 혹은 두 명의 직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CGV 관계자는 "영화 상영 횟수가 줄고, 일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면서 시간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있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억지로 근무 시간을 늘릴 수 없고 남기를 강요할 수도 없기에, 직원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다. 다만 어서 영화계에 활기가 찾아오길 바라며 스스로 희생하고 있는 분들도 계셔서 감사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의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던 지점들의 문을 활짝 열고 관객들의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 메가박스의 경우 지난 5월 임시 휴업 중이던 21개 지점(직영 및 위탁사 모두 포함)의 운영을 재개했고, CGV는 4월 말부터 36개 지점의 문을 다시 열었다. 롯데시네마 역시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휴점했던 지점들에 대해서 5월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했다.

운영 재개에 따라 방역 수단도 보안했다. 관객의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여부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스마트 열화상 카메라의 도입,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주문 등으로 직원과 관객 간의 접촉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운영 방식을 바꿔가면서까지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가박스 관계자는 "6월부터는 징검다리 띄어 앉기 형태로 좌우 간격을 둔 채 띄어 앉을 수 있도록 예매를 제한해, 보다 안전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CGV 관계자는 "스마트 열화상 카메라의 도입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체온 측정으로 관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관객수 급감으로 인한 피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지난해 동 시기와 비교했을 때 관객수가 90% 가깝게 줄어들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것.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조사에 따르면 전국 관객 수가 5월부터 점차 증가해 지난해 연간 관객 수의 80% 수준까지 회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극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1조1866억 원 줄어든 7273억 원 수준(매출 62% 감소)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외부 영향으로 회복과 침체를 거듭해 지난해 연간 관객수의 50% 규모에 그친다면 올해 극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1조3972억 원 줄어든 5167억 원 수준(매출 73% 감소)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극장 부문 수익은 지난해 대비 5172억~6078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극장가의 위기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라는 변수로 인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OTT 서비스로 관객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4월 넷플릭스의 국내 결제금액이 역대 최대치인 43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185억 원보다 137.2%나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유료 사용자도 328만 명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 회사들이 콘텐츠 투자를 넘어 자체 콘텐츠 제작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체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 같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경우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 집에서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대중에게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19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정착되면,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문화 소비 형태가 언택트(비대면) 형식으로 바뀌는 추세인 가운데, 관객들도 점차 OT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어 코로나 19 감염증 종식 이후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전과 같은 수치를 회복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 달라진 홍보 방식

극장가의 변화는 영화 홍보 방식도 달라지게 했다. 제작보고회와 인터뷰는 온라인과 화상 통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고, 언론시사회 역시 스크리너로 대체되고 있다.

배우들과 관객들이 만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GV(Guest Visit)도 변화를 맞았다. 배우들은 영화관을 직접 방문해 관객들과 소통하기보단 온라인을 통해 작품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이미 영화 '사냥의 시간'이 GV를 온라인으로 진행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온라인 소통에 대한 장단점을 언급했다. 관계자는 "결과를 뭐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실질적으로 팬들을 만났을 때 기자들을 만났을 때 주고받는 에너지가 있는데, 온라인으로 했을 때에는 쌍방향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향 홍보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아예 안 할 순 없기에 어떻게 홍보하는 게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어느 정도 상반기 말 정도 되면서 이 툴이 기자들에게도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단순히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고 이제는 온라인을 많이 활용한 툴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이미 글로벌적인 홍보에서는 화상이나 온라인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바, 앞으로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온라인을 통한 홍보 방법의 개발은 필요로 해 보인다"고 전했다.

◆ 코로나19가 바꾼 영화제 풍경

코로나19가 단순히 영화관의 풍경만 바꾼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 전체가 흔들리며 변화를 맞았다. 특히 국내 각종 영화제는 개최가 취소 혹은 연기되면서 재정적 피해를 입게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전주국제영화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최초로 온라인 개최를 결정지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총 97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콘텐츠 대부분이 개봉 예정작임을 고려해 오프라인과 같은 한국 단편영화 7000원, 해외 단편영화 2000원으로 티켓이 판매됐지만, 무려 7048건의 유료 결제가 이뤄지며 온라인 상영회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시도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결과를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작년에 비해 1/10 수준으로 관객 수가 줄었지만,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20주년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관객이 몰린 걸 생각해봤을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상영회 결정에도 참여해 준 창작자분들께 감사할 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온라인 상영회 개최에 다른 영화제들도 자극을 받은 모양새다. 오는 25일 개최를 앞둔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7월 열리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OTT 플랫폼 와챠를 통한 개최를 확정 지은 상태다.

다만 아직 리스크가 큰 온라인 상영회이기에, 춘사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은 오프라인 개최를 확정 지었거나,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코로나 사태로 유동적이긴 하나 현재로선 정상적인 오프라인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객과 영화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안전한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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