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낯섦으로 무장한 정진영 감독과 조진웅의 '사라진 시간'이 관객의 곁을 찾는다.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언론시사회가 9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정진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이 참석했다.

'사라진 시간'은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마을에서 의문의 화재 사고로 외지인 부부가 사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해당 사건을 맡게 된 형구(조진웅)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단서를 추적하던 중, 하루아침에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 정진영 감독의 도전

특히 '사라진 시간'은 배우로 더 유명한 정진영의 첫 장편 영화 도전작이기도 하다. 정진영은 '사라진 시간'을 통해 연기 인생 33년 만에 신인감독이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이와 관련 정진영 감독은 "어렸을 때 꿈이 영화감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배우로서 삶의 절반을 보내게 됐다. 오랫동안 감독이라는 꿈을 접고 살아왔던 것 같다. 망신 당하면 어떡하나, 창피를 당하면 어떡하나라는 마음이 족쇄로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망신 당하면 뭐 어때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능력이 되던 안되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박하게나마 하고 싶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정진영 감독은 "사실 작업할 때까지만 해도 개봉에 대한 실감이 안 났는데, 개봉 때가 돼서 제작보고회를 하고 시사회를 하고 나니 무서워지긴 한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실지 정말 궁금하고 떨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이 하나의 장르로 해석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은 멜로, 코미디, 드라마, 판타지, 형사물 등 다양한 장르가 이어졌다가 마지막엔 선문답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선문답이 관객들에겐 어떻게 보일진 모르겠다. 다만 이 선문답을 완성하기 위해 최대한 앞선 서사를 밀도 있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하나의 장르에 국한하면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꼭 한 가지 장르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가장 가까운 장르는 슬픈 코미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사라진 시간'의 매력 포인트

또한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낯섦'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감독은 "기본에 있던 규칙들을 생각하지 말자는 것으로 '사라진 시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라진 시간' 전에 썼던 시나리오도 있었는데, 익숙한 관습들이 나도 모르게 들어가 있어 버렸다. 세상에는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훌륭한 감독님들이 계신데, 새롭고 이상한 걸 해야 그나마 내 특별함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낯섦이 '사라진 시간'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영화의 정보와 선입견이 없이 보시는 게 가장 유리하실 것 같다. 거대한 스펙터클이나 특수효과가 있는 게 아니고, 많지 않은 사람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서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보를 너무 알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 어쨌거나 오셔서 편하게, 마음대로 영화를 해석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수빈은 "조진웅과 정해균의 호흡이 '사라진 시간'의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고, 정해균은 "박형구라는 인물이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 "출연 결정 이유? 정진영 감독 때문"

그런가 하면 '사라진 시간'은 기획 단계부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이선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이 확정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진영 감독은 이러한 라인업을 완성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캐릭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세 사람의 얼굴이 생각났다"라며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을 언급했다.

정진영은 먼저 "평소 호흡을 맞춘 적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인간 조진웅의 모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형구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계속해 조진웅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조진웅의 겉모습은 덩치도 커서 허세도 클 것 같은 인물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다. 형구 역시 고난을 이겨내는 영웅이라기보단 심성이 여린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잘 어울릴 것 같았다"라고 조진웅을 캐스팅 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배우 배수빈 내면의 따뜻함을 알고 있다. 그 따스함을 알기에, 그 눈빛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고, "정해균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매력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영화 속 인물과 딱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썼다. 맨 처음엔 다른 이름으로 썼었는데 잘 안 맞는 것 같아 캐릭터의 이름도 정해균으로 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님이 배우라서 소통이 잘 된 것 같다. 배우 출신이 주는 장점 같다. 말을 굳이 안 하셔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아셨고,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부분 때문이었다. 설명이 없어도 가슴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예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설명이 없어도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가 가지는 매력은 그런 미묘함에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수빈은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장르가 무엇인지, 뭘 이야기하려는지도 잘 이해가 되진 않았다. 그런데 이게 내 얘기일 수도 있고, 모두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공감이 생기면서 작품에 끌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정진영 감독님이 어릴 때부터 꾸던 꿈의 일부분이 돼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작품의 참여한 이유를 밝혔고, 정해균은 "나 역시 처음엔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했다. 그저 정진영이라는 배우의 작품이라는 말에 대본을 꼼꼼히 읽을 새도 없이 그냥 한다고 했다. 그런데 꼼꼼하게 잘 챙겨줘서 감사했다. 가끔은 너무 심각하게 잘 챙겨줘서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세심한 면이 같이 작업하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진영 감독의 첫 도전과 스타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질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