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영상 임은지 정다이 기자] 밴드 원위 멤버들이 ‘시인’이 됐다.

원위(용훈 강현 하린 동명 키아)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소속사 RBW 연습실에서 티브이데일리와 ‘TD습격’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원위는 즉석에서 시를 써 낭송하는 ‘TD습격 백일장’ 코너를 진행했다. 하린은 “느긋하게 시 한 편을 적어보며 오늘 게임을 진행하겠다. 룰은 간단하다. 주제에 맞게 시를 아름답게 적어주면 된다. 그 대신 조건은 앞뒤 문장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용훈은 “문맥 형성이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말이면 탈락”이라고 거들었다. 제한시간은 3분, 주제는 새 앨범 홍보였다.

종이와 연필을 받아든 멤버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시를 써 나갔다. 15초만에 동명이 시를 완성했고, 이어 용훈이 연필을 내려놨다. 키아와 하린, 강현은 3분을 꽉 채워 시를 적었다.

가장 먼저 완성한 동명부터 낭송을 시작했다. 4행시 형태로 썼다. “‘정’식 / ‘규’카츠 / ‘앨’(엘)리트 / ‘범’생이”라는 단어만 나열했다.

듣자마자 멤버들은 “(꼴찌가) 정해진 것 같다. 일단”이라며 안도했다. 용훈이 다시 한번 시를 읽었지만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동명은 “규카츠 정식을 먹고 싶고, 그럼 엘리트 범생이 된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지만 하린은 “지압판을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현은 “(동명이) 3연속 벌칙에 걸릴 것 같다”라고 예측했고, 키아는 “우리는 마음 편히 시낭송을 해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음 주자는 용훈이었다. “누가 봄 소리를 내었는가?”라며 유행어 쓴 용훈은 “봄이 지나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다! / 원위의 시대! / 봄은 끝났다...”라고 읊었다.

용훈은 “멋있지 않나. 요즘 유행하는 말을 도입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키아는 “씨를 짤 때는 제목과 지은이가 필수”라고 지적했고, 용훈은 “‘누가 봄 소리를 내었는가?’가 제목”이라고 주장했다.

동명은 “나는 마음에 들었다”고 만족했고, 키아 역시 “내용과 센스는 나쁘지 않다”라고 칭찬했다. 하린은 “센스에 100점을 드리겠다”고 했다.

래퍼 키아의 제목은 ‘미쳤다! 미쳤어!’였다. 키아는 “위브(WEVE)의 탄생 미쳤다! 미쳤어! / 우리의 애정과 사랑도 빛나네 위 샤인 온 유(We Shine On You) / 원위의 앨범 미쳤다! 미쳤어! / 위브가 노래를 듣고 우리에게 무브(Move)”라는 시를 적었다.

하린은 “시를 쓰는 건데 랩 가사를 썼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발끈한 키아는 “시가 원래 라임이다. 랩 문화가 시에서 가져온 거다. 시의 운율이 라임”이라고 반박했고, 하린은 “형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용훈은 “감동이다. 수록곡을 빗대 시를 썼으니 좋다”라고 칭찬했다.

하린은 “나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모든 곡을 담았다”라며 제목을 ‘원위’로 지은 시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다 추억이구나 / 지나가던 강아지도 철딱서니 없어 보여 / 공과 사를 구분하라 했던 시절을 / 밤은 깊어 야행성 같구나 / 정말 모르겠구나 / 봄은 지나가고 / 나의 계절 봄은 끝났단다 / 만약(If) 너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 미쳤구나! 미쳤어”라는 시를 읊었다.

멤버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용훈은 “하린이는 이 시 안에 우리 수록곡들을 다 넣었다”라고 했고, 동명은 “용훈이 형이 지금까지 마음 속 1등이었는데 하린이 형에게 감동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용훈은 또 “말이 안 되는데 센스가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주자는 강현이었다. 제목이 없는 시라고 밝힌 강현은 “계절 끝에 걸친 봄 / 사랑 끝에 걸친 밤 / 너와... 나 / 봄은 끝났다”라는 글을 적었다. 예능감이 쏙 빠진, 진지한 시에 멤버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용훈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당황에 웃음을 줬다.

곧바로 꼴찌 투표가 진행됐다. 시를 쓰는 과정을 지켜본 기자와 소속사 관계자 7명이 투표를 했다. 멤버들은 “왼쪽 분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는다”며 동명을 가리켰다.

만장일치로 꼴찌가 선택됐다. 동명이 3연속 벌칙을 받게 됐다. 동명은 “여러분은 인싸(insider)가 아니다. 나는 이 인터뷰가 상처만 남을 것 같다”라며 벌칙을 뽑았다. ‘1등에게 뿅망치로 맞기’였다.

1등은 가장 센스 있는 시를 쓸 하린에게 돌아갔다. 뿅망치를 쥔 하린은 “요즘 운동을 하고 있다”라며 스윙을 보여줬다.

하린은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약하게 해야지”라고 했지만 동명은 “나도 자존심이 있다. 오늘 하루 종일 맞았는데 나를 사랑하는 만큼 때려달라”며 하린을 도발했다.

하린은 짧고 굵은 스윙으로 동명의 머리를 내리쳤다. 비명과 함께 다시 뿅망치를 쥔 동명을 하린에 반격을 시작했다.

이어 “내가 최근 머리를 계속 내렸다. 오늘따라 아침부터 앞머리를 올리고 싶더라. 하필 오늘 이렇게 이마도 맞고 머리도 맞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서 이 마음으로 한 번 정규 앨범 활동을 열심히 해보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원위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 첫 정규앨범 ‘원’(ONE)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나의 계절 봄은 끝났다’(End of Spring)는 소속사 RBW 수장이기도 한 김도훈 프로듀서, 프로듀싱팀 이기용배의 서용배와 멤버 키아가 공동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멜로디컬한 신스사운드를 비롯해 캐치한 기타 리프와 섬세하게 쪼갠 드럼 등 다채로운 구성이 인상적이다. 또 노랫말 속 숨겨진 포인트들이 향수를 요소가 돼 재미를 더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영상 임은지 정다이 기자/사진 안성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