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고전문학 속 ‘영웅’의 일대기에는 출생의 비밀, 고난과 역경, 비범한 능력 세 가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게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이룬다.

최근 이 ‘영웅’의 조건을 갖춘 아이돌이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10인조 남성 그룹 티오오(TOO)가 그 주인공이다.

출생 배경부터 남달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엠넷의 글로벌 아이돌 탄생 리얼리티 ‘투 비 월드클래스’(To Be World Klass)를 거쳐 선발된 멤버들로 꾸려졌다.

일반적인 아이돌은 가요 기획사의 연습생 생활을 하며 데뷔의 꿈을 키운다. 각 기획사의 색깔이 입혀진 육성 시스템에 따라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의 기회를 얻는다.

반면 티오오는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시청자와 누리꾼, 전문가들의 선택을 받았다. 일찍부터 팬덤이 형성된 상태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데뷔를 하게 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티오오를 ‘금수저’로 분류하기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 그룹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을 성공시킨 정창환 CJ ENM 음악사업부 상무 겸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상무가 티오오의 대표 프로듀서로 나선다는 점에서 방송 시작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정 상무는 방송 제작발표회 등에 직접 나서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기대를 당부했다. ‘월드클래스’가 앞서 엠넷에서 성공시킨 ‘프로듀스’ 시리즈와는 결이 다른 오디션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월드클래스’는 다수의 연습생을 모아두고 서바이벌 형태의 경쟁을 통해 최종 멤버를 가렸던 기존 오디션과는 달리, 미리 선발된 20인이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과정을 거쳐 10명으로 좁혀지는 형태였다.

자연스레 춤, 노래 실력뿐 아니라 연기와 예능감도 함께 증명을 받았다. 이를 통해 치훈, 동건, 찬, 지수, 민수, 재윤, 제이유, 경호, 제롬, 웅기가 최종 데뷔조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같은해 7월부터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역시 엠넷에서 진행하는 ‘월드클래스’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투표 방식을 바꾸고 로우 데이터 공개를 약속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향한 국내외 K팝 팬들의 ‘색안경’을 벗겨내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시청률과 투표율 등의 화제성이 예상보다 저조했다. 차린 밥상만큼의 손님을 유치하지 못해 방송 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데뷔가 확정된 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았다. 올해 2월 즈음 데뷔를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코로나 19 확산 여파로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결국 이들은 방송 종영 5개월여 만인 지난 4월 1일에야 정식 데뷔를 할 수 있었다.

데뷔 앨범인 첫 번째 미니앨범은 ‘리즌 포 빙(REASON FOR BEING) : 인(仁)’이다. 함께 공개된 타이틀곡 ‘매그놀리아’(Magnolia)는 트랩과 유로팝이 믹스된 강렬한 댄스곡으로 동양의 무예를 연상케 하는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 속에서 목련(Magnolia)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라진 이상향(uTOOpia)을 찾아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방송을 통해 이미 실력이 검증된 그룹이니만큼, 이들의 데뷔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개 긍정적이다. 흔히들 말하는 ‘칼군무돌’을 넘어 ‘킬군무돌’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K팝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멤버 개개인에 동양의 10가지 가치관을 부여하고, 이를 앨범에 풀어내겠다는 ‘심오한 세계관’도 비교적 수월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평이다. 그룹명부터 ‘텐 오리엔티드 오케스트라’(Ten Oriented Orchestra)를 따 만든 이들은 전 세계에 음악 시장에 ‘동양의 가치관’을 전달하겠단 포부를 지니고 있다.

첫 앨범은 멤버 제이유의 가치관인 ‘인(仁)’에 대한 스토리로 구성됐으며, 순차적으로 치훈의 묵(墨), 찬의 예(禮), 경호의 덕(德), 재윤의 의(義), 제롬의 생명(生命), 웅기의 지(知), 지수의 수(數), 동건의 신(信), 민수의 심(心)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데뷔 그룹에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팬들과의 면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과 온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이를 극복하고 있다.

데뷔와 동시에 엠넷 예능 ‘로드 투 킹덤’ 출연을 확정 지으며, 확실한 노출 경로도 뚫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선배 그룹 펜타곤, 더보이즈, 온앤오프, 골든차일드, 베리베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긴 했지만, 어찌 됐건 주사위는 던져졌다. ‘2020년 루키돌’을 꿈꾸며 막 활동을 시작한 티오오가 치열한 K팝 시장을 이끌 ‘영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n.C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