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는 오랜 공백 기간에도 굴하지 않고 변함없는 연기력으로 관객에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였다.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계속해 자신을 탐구하는 이영애의 열정에 있었다.

지난 1990년 한 초콜릿 광고로 데뷔한 이영애는 마땅한 대표 작품이 없다, 지난 2003년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하며 명실상부 월드스타가 됐다.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지역까지 다양하게 진출하며 영향세를 떨쳤다. 그런 이영애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혀 새로운 캐릭터를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연기한 것. 복수를 위해 잔인한 면모를 띄는 금자(이영애)의 모습은 ‘대장금’의 서장금(이영애)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라, 관객들은 180도 돌변한 그의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영애는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을 통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ㆍ제작 26컴퍼니)에서 이영애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정연 역을 맡아 모성애의 진가를 선보였다. 작품에서 이영애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고난을 넘는다.

특히 이영애의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라는 점에서 ‘나를 찾아줘’는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영애 역시 오랜만의 컴백에 들떠 있었다. 그는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하니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특히 촬영 시간이 달라졌다. 딱딱 정해져 있으니 육아같이 개인적인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면서 “또 달라진 걸 뽑자면 내 주된 생각이다. 이전엔 ‘오늘 저녁은 뭘 먹지’를 생각했다면, 촬영할 당시엔 ‘오늘 저녁엔 뭘 촬영할까’를 고민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라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영애는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20대와는 달리 30-40대는 가족을 위해 살았기에 의미가 있었다고 했지만, 배우로서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은 분명 있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고, 작품으로 관객을 찾아뵙고 싶어 했다. 이영애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늦게 결혼을 한 탓에 육아를 하는데도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이영애에게 ‘나를 찾아줘’는 단비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영애가 14년 만의 복귀작으로 입봉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의아함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이영애는 김승우 감독의 입봉 작을 자신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영화의 주제 의식, 작품이 남기는 여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신인 감독이지만 10년 이상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고뇌한 모습이 대본에 그대로 나타났다. 그런 내공이 작품 속에 보였고 나 또한 여지없이,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영애의 선택에는 물론 가족도 함께했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는 촉이 내 스스로 좋다고 여기기 때문에, 젊을 땐 이 느낌을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결혼 이후엔 작품 선택에 앞서 남편과 많은 상의를 나눈다. 남편도 촉이 좋고 내 작품이라도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응원도 많이 됐다. 왠만해선 좋은 소리를 안 하는 성격인데, 이번 영화는 너무 좋다고 감탄하더라. 덕분에 힘이 됐다”고 밝혔다.

여러 고민과 기다림 끝에 선택한 ‘나를 찾아줘’였지만 오랜만의 작품인 만큼 어려움도 컸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갯벌에서의 촬영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나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작품을 하고 싶게 만드는 묵직한 울림이 좋았다”는 이영애는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기에 감독과 오랜 대화를 나눴고, 조율에 나섰다. 이영애는 “원작에서는 고통의 수위가 더 높았다. 어떻게 보면 성인 등급의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난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감당하긴 어려웠다. 그렇다고 힘든 신을 모두 걷어냈다간 관객을 설득할 수 없기에,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장면도 몇몇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이영애는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영애는 쉬운 장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영애는 “아이를 잃은 엄마이기에 피폐하고 공허한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 내가 실제로 엄마이다 보니 이런 감정을 가져가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려, 절제하려 노력했다”면서 “액션신도 물론 힘들었지만, 감정의 연결이나 지속성을 지키는 게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엄마’라는 자리는 이영애로 하여금 연기에 있어서 심리적인 압박을 줬지만, 해석하는 데 다양한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본인 스스로도 두 아이의 어머니였기 때문에 깊은 연기가 가능했다고.

이영애는 “20대 시절에는 모든 것에 부끄러워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탓에 신비주의라는 이미지도 씌워졌는데, 가정을 꾸리게 되니 마음이 편해지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었다. 여유가 생겼다. 이런 부분들이 있었기에 작품을 선정하는 부분에 있어 더 편해지고 폭넓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기자로서 더 다양한 연기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며 “개인적으론 이런 고민을 계속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20-30대 시절 내가 연기를 위해 고민했듯, 내 40대도 나 스스로를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영화가 될 것이고, 나 스스로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 같다. 또 이런 과정이 재밌게도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20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영화의 제목 ‘나를 찾아줘’가 뭔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 같아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