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접전: 갑을 전쟁'이 솔직함을 무기로 갑질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발한다.

'접전: 갑을 전쟁'은 직장 상사 김 회장(박노식)의 '갑질'을 참고 참던 창수(지대한)가 마침내 이를 터트리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로,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으로 활약하던 지대한의 첫 단독 주인공 도전작이다. 지대한은 그동안 영화 '참외향기' '황천' '전설의 고향' 등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책임진 장편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 영화의 키포인트 '갑질'

영화는 초반부터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설명하며 시작된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는 뜻으로, 무언가의 첫 번째를 칭하는 '갑'과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영화는 '갑을 전쟁'이라는 소제목처럼 갑과 을의 대립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는 영화 전반적으로 깔리며 현실 속에 숨겨져있던 갑질들을 오롯이 꺼내 눈앞에 보인다. 취업 면접 비리, 사회생활, 식당,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대처하지도, 반박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곱씹게 되는 비밀들이 그 예다.

◆ '접전: 갑을 전쟁'을 보게 만드는 이유

물론 이런 주제는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소재다. 이에 과거의 작품을 답습한 건 아니냐는 말도 제기될 수 있지만, '접전: 갑을 전쟁'은 앞서 명시된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갑의 위치에서 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동을 일삼는 자들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했던 기존의 작품과 달리 '접전: 갑을 전쟁'은 을의 위치에 있던 창수가 참았던 분노를 갑인 김 회장에게 터트리는 영화다.

이에 관객들은 순식간에 위치가 달라지는 갑과 을의 모습에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어느새 갑이 돼 기존의 갑에게 쓴소리와 비난을 퍼붓는 을의 모습은 평범한 사회인, 즉 대중이 남몰래 속으로 삭힌 분노를 대변해 왠지 모를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성이 다분히 깔려있는 구조이기에 관객들은 아무 고민거리 없이 영화를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간간이 터지는 웃음 포인트는 이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고막이 터졌으니 피해서 때려달라"는 창수의 말에 그곳만 집중적으로 가격하는 김 회장의 모습이나, "너 당장 해고야"라며 소리치는 김 회장에 창수가 "그래 짤라"라며 반격하는 장면은 애처롭지만 익살스럽고 유머스럽게 표현되며 갑질에 대해 폭로해 진지할 수만 있는 영화가 무겁지 않게 느껴지게 한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집중해 볼 수 있게 되고, 영화가 끝날 때 쯤엔 창수에 대한 짠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 '접전: 갑을 전쟁'을 빛낸 30년 내공의 배우, 지대한

다만 '접전: 갑을 전쟁'은 저예산·독립 영화이니만큼 연출에 있어선 아쉬움을 남긴다. 차라는 제한된 공간, 사운드의 불균형이 있기 때문.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이를 잊게 한다. 특히 연기 인생 30여 년 만에 첫 단독 주인공을 맡은 지대한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에서 창수 역으로 변신한 지대한은 초반의 어리숙하고 고개를 늘 숙이고 있는 을의 모습과, 어느새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고 갑이 된 모습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연기인 만큼 움직임이 제한됐을 터. 그럼에도 지대한은 그 속에서 현실감 넘치는 액션 연기를 펼치며 긴장감을 높인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투닥거리며 진흙탕 싸움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더 리얼하게 보인다.

이처럼 지대한의 열연과 함께 대기업과 상사의 갑질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한 영화 '접전: 갑질 전쟁'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영화 '접전: 갑질 전쟁'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