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SNS 및 포털사이트의 활성화는 대중으로 하여금 굳이 원하지 않아도 유명인의 삶에 끼어들게 한다. 시시각각 그들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떤 심경인지 소상히 알려주는 까닭이다. 본인에 의해서건 타인의 의해서건 한번 화제성을 띠게 되면 이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한 대중은 본의 아니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판사 역할까지 하고 마는 것이다.

나의 일도 너의 일도 아닌, 까마득한 거리 너머에 있는 제 삼자의 일이라 책임을 져야 할 부담이 없기도 하고, 반대로 그럼에도 나의 일 혹은 너의 일을 보는 것만 같기도 해서 이래저래 한층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다고 할까. 대중의 이러한 움직임은 종종, 아니 매우 자주 해당 논란의 승패를 가리는 데 꽤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적지 않은 유명인들이, 유명인과 어떤 사건에 얽힌 이들이 문제를 일단 ‘공론화’부터 시킬 때가 많다. 쉽게 말해 화제가 되게 하여 대중을 끌어 들이는 것. 물론 이러한 방식이 적절할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적절치 못한 경우란 점이 문제다. ‘여럿이 의논하는 대상이 됨’이란 멋진 뜻을 지닌 이 단어, 공론화가 한순간에 저급화되어 고작 진흙탕 싸움을 일으키는 도화선으로 둔갑해 버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닌 게다.

여기, 와중에 참 적절하여 본받을만한 예가 하나 있다. 지난 19일, 남성 이인조 그룹 ‘멜로망스’는 JTBC로부터 음원 수익에 관한 정산을 받지 못한 일을 공론화 시킨다. 그들에 따르면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에서 가수 김상민의 히트곡 ‘유’를 재해석한 노래로 약 10억 원의 음원 수익을 기록했으나 정작 본인들은 관련 수익을 배분받지 못했다는 것.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방법으로 협의를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정산이 되지 않고 있어 현재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JTBC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멜로망스의 문제 제기를 즉각 수용하여,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뿐만 아니라 음원 정산 부분에서 피해 사실이 있는 또 다른 음악 프로그램(자사에서 방영된)들의 것까지 인정하고 사과하며 피해 뮤지션과 기획사에게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어쩔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들은 최대한의 상업성이 배제된 진정성 위에 터를 잡기 마련인데 멜로망스가 폭로한 일은 그러한 가치관과 정반대되는 이야기였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한 마디로 공론화가 이끌어온 대중의 힘을 제대로 느낀 경우라 하겠다. 그간 혹여 쓸데 없는 잡음이 발생할까, 서로간에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을까 하여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써온 멜로망스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리 빨리 해결될 것이었다면 왜 그리 더디게 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JTBC 측도 나름의 노력을 했겠다만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적극성이 떨어졌다는 건 부인하지 못하리라.

올바른 공론화는 이러하다. 옳은 쪽으로 흘러가는 게 당연한 일이 힘이나 권력에 의하여 당연한 일로 되지 않고 있을 때, 게다가 그것이 사회 전반적인 도덕률에 위협을 가하는 것일 때 다수의 도움을 빌어 옳고 당연한 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압도하는 것. 실은 옳고 선한 쪽이 머릿수까지 늘리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반대로 화제를 일으켜 공격을 가하겠다는, 다분히 옳지 못한 의도로 공론화에 접근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곧바로 진흙탕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터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