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오랫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에 대한 실마리가 33년 만에 발견된 가운데, 이를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8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모 씨의 DNA가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됐다"며 50대인 이 모 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어 19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유력 용의자 이 모 씨가 1차 조사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에 따르면 용의자는 56세 남성이며, 현재 강간 살인을 저질러 무기수로 부산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일대에서 10여 명의 부녀자들이 성폭행당한 채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범인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머리카락 그리고 피해자의 사체에서 확보한 정액 등의 증거물이 확보됐지만, 당시엔 이를 분석할 기술이 부족해 미제로 남게 됐다.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범인을 발견하지 못하자 국민들은 경찰을 비난했고, 이에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006년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까지 연인원 205만 여명을 투입했지만 결국 검거에 실패했고, 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지난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형사 박두만(송강호)와 서태윤(김상경)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형사들은 피해자가 비 내리는 날 빨간 옷을 입고 있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도무지 진전되지 않는다. 추적 끝에 두 형사는 박현규(박해일)를 범인으로 지목하기도 하지만, DNA 감식 결과 범인이 아니라고 밝혀지며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결국 박두만과 서태윤은 함정수사까지 벌여보지만 실제 화성연쇄살인사럼 영화는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끝이 난다.

극중 유력한 용의자는 20대 남성으로 묘사된다. 놀랍게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이 모 씨 역시 현재 56세로 첫 번째 사건 당시 23세였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13년 '살인의 추억' 개봉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범인의 심리와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분이 살아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했을 거라 생각한다. 1986년 1차 사건으로 보았을 때 범행 가능 연령은 1971년 이전에 태어난 남성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봉 감독은 "사건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범인에 대한 응징의 시작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범인을 꼭 만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