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아무리 역사를 모르는 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바로 ‘유관순’이다. 역사를 잘 알든 모르든 대다수가 유관순 열사가 3.1 운동 때문에 감옥에 갔고 결국 죽음을 맞이 했다고만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부끄럽기 그지 없는 역사 의식 속에서 얄팍한 지식으로만 기억되는 인물이 유관순이다.

얼굴을 가린 채 트럭에서 내리는 한 인물. 팔과 다리에 수갑을 찬 채 질질 끌려 벽에 선 뒤 머리에 뒤집어 씌운 모자를 벗기자 드러나는 모습은 한쪽 눈이 멍이 든 채 참혹하기 그지 없다. 그가 바로 유관순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참함에 눈을 감기엔 이르다. 감방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수십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에 다시 한 번 경악을 하게 한다. 또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유관순이 온갖 고문을 당하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항거’는 유관순의 과거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컬러를, 서대문 형무소의 이야기를 흑백으로 담아냈다. 서대문 형무소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흑백으로 담아낸 감독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영화는 한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 이내 흐르는 눈물을 다른 손으로 닦아내야 할 만큼 시종일관 관객을 아프게 한다.

일제강점기 시기를 다루는 영화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이라면 뼈속에서부터 가지고 있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감정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 고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관객에게 이러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분명 일제에 저항하는 이들의 모습임에도 영화는 유관순이라는 인물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는 유관순을 연기한 고아성 덕분이다. 고아성은 역사책 속에서만 존재했던 유관순에게 숨을 불어 넣어 2019년 현재 스크린에 완벽하게 부활시켰다.

역사책에서만 봤던 유관순 열사가 아닌 인간적인 유관순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나약해지는 자신의 신념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옥사에 갇힌 이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한다. 고아성은 일제를 향한 유관순 열사만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17세다운 소녀의 모습부터 인간적인 고뇌까지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말미에 유관순이 홀로 옥사에 갇힌 채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는 대답이 관객의 가슴을 후려친다. 더불어 엔딩 크레딧과 함께 서대문 형무소 입감 기록 카드가 한 장씩 등장할 때마다 다시 한 번 얄팍했던 역사 의식에 대한 죄스러움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항거:유관순 이야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