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배우 김윤석의 각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에 좀처럼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있을까. 능구렁이처럼 모든 신(Scene)을 탁월하게 해석해내는 배우, 충무로 연기 스펙트럼에 관한 1등 공신인 이 남자는 어느 덧 31년 차 베테랑으로 충무로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8시 55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MC 김혜수, 유연석이 진행한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진행된 가운데, ‘1987’(감독 장준환·제작 우정필름)의 주연 배우 김윤석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윤석은 이로써 12번째 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2008년 ‘추격자’의 형사 역으로 한국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독점했던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톱 배우’로서의 위상을 과시한다. 그는 명백히 모든 작품에서 그 영화가 갖는 특정 메시지는 물론, 인간이라는 다면체적 존재를 실감나게 설파해왔다.

그런 김윤석에게 ‘1987’ 또한 몹시 비범하고 유의미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비단 백상예술대상, 런던동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 이번 청룡영화제 수상을 안겨준 ‘상복’ 있는 영화가 아니라, 한 시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의의가 큰 덕이다.

지난 해 개봉한 ‘1987’은 실제였던 (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사망까지 6월 민주항쟁의 사건사고를 치열한 필치로 담아낸 작품이다. 장준환 감독 특유의 날 벼린 연출 감각에 더불어, 역사 속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들은 곳곳에서 민주화 시대의 열정을 체화하는 우리네 이웃 그 자체였다.

개중 김윤석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주재한 박처장으로 열연했다. 극중 대부분의 인물이 민주화를 위해 자기 목숨을 거는 와중에, 그는 상부와 결탁해 청춘들의 피땀을 앗아가는 악인에 빙의한다. 악랄한 그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성당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장면은, 독특한 미장센에 힘입어 그의 무시무시한 연기력을 가늠케 하는 명장면으로도 꼽혔다.

장준환 감독은 이번 청룡영화제에서 ‘1987’ 작품상을 수상하며, 민주화 시대의 정념을 기렸다. 배우는 일종의 도구로서, 영화적 얼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설득하는 사람이다. 이에 김윤석 역시 ‘1987’의 일원이라는 처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열사들의 가족들에게도 이 영광을 꼭 전하고 싶다”는 개념 충만한 소감으로 영화제에 품격을 더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기까지, 뒷편에서 공헌한 이들이 한둘일까. 확실한 것은 김윤석 또한 이토록 무겁고 숙연한 시대 영화의 주연으로서 나아가 한국사회의 평범한 동료시민으로서 충분히 제 몫을 다해냈다는 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