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모난 곳 없는 둥그스름한 휴먼스토리 형태를 띠며 부드럽게 마무리됐다. 적어도 이 드라마 안에서 청춘드라마라는 클래식의 힘은 여전히 유효했다. 모두가 아팠던 만큼 한 뼘 성장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간혹 우리를 찾아오는 작은 환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상일 것이다.

29일 밤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극본 김지선·연출 전우성) 마지막회 31, 32회에서는 하우스헬퍼 김지운(하석진)과 평범한 청춘 여성들 임다영(보나) 권진국(이지훈) 윤상아(고원희) 한소미(서은아) 강혜주(전수진)를 둘러싼 러브라인, 일상사 결말이 그려졌다.

이날 지운은 과거 관계를 맺었던 소희(심이영)와의 부정적 감정을 완전히 청산하며 그의 행복을 빌어줬다. 죄책감도 미안함도 모두 해소했다. 연인으로서의 관계는 마쳤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응원하는 인간관계로 남게 됐다.

지운은 그 길로 다영에게 돌아왔고, 다영은 울면서 지운에게 안겼다. 두 사람은 키스했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사랑의 감정을 확인했다. 믿음직한 사랑의 해피엔딩이었다.

좋은 형 고태수(조희봉)는 지운과 여전히 상부상조하는 의형제였고, 박가람(연준석)은 다시 일터에 복귀했다. 진국은 상아의 앞날을 응원해줬고 좋은 연인 관계로 거듭났다.

인턴 생활을 마친 보나는 안진홍(이민영) 등 동료들의 도움 아래, 한층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장한 직장인이 돼 있었다. 그의 수고와 노력은 회사도 인정했다. 그는 취업난 현실을 투영하듯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낙하산 탓에 정규직 전환엔 실패했지만, 누구도 그의 성장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 말미, 지운은 하우스헬퍼라는 특정 전문직으로서 보나의 성장을 돕는 역할로 부각됐다. 지운은 보나의 추억이 담긴 유품들의 정리를 도왔고, 이는 한 사람의 성장과 완성을 암시하는 은유이기도 했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전문직 ‘꽃미남’ 하우스헬퍼와 그를 둘러싼 평범한 여성들의 삶과 일상을 조명한 청춘 성장 드라마다. 성장통을 담은 청춘물은 어떤 시대에서도 유효하게 다뤄져왔다. 해당 작품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시청자들에게 위안을 안기는 16부작 미니시리즈 기획으로 출발했다.

크게 특별하지 않았지만 모나거나 튀는 곳 없이 둥근 돌 같은 스토리텔링이 돋보인 편이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섬세하면서도 공감 가는 내레이션이 간헐적으로 부각됐다. 무엇보다도 쉽지 않은 청춘의 현실 속에서 좌절하곤 하는 이들의 희노애락은 그 자체로 잔잔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기도 했다.

실제로 김지운, 권진국, 윤상아, 한소미, 강혜주 등의 각기 다른 아픔과 사연은 마치 옴니버스 형태인 것마냥 다채롭게 부각됐다. 뿐만 아니라 지운의 좋은 형 고태수, 아는 동생 박가람(연준석), 보나의 회사 동료 안진홍 등 비중이 작은 주변 인물들 역시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는 평범한 사람들로 묘사되며 브라운관 속 공감대를 높였다.

무엇보다 하석진은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주역답게, 유달리 안정적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 사이 신뢰도를 높였다. 앞서 케이블TV tvN ‘혼술남녀’, MBC ‘자체발광 오피스’ 등 젊은층이나 직장인들의 일상을 조명한 휴먼드라마를 통해 연기톤을 확실히 섭렵한 그는, 이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노련한 감수성과 연기 기술(technic)을 편안하게 과시했다.

무난하게 청춘 여성의 삶에 감정 이입한 보나, 드라마 곳곳 부드럽게 어우러진 이지훈, 고원희, 서은아 등 여타 배우들의 역량도 높이 살만하다 . 후속작은 귀신 잡는 탐정 이야기를 담은 ‘오늘의 탐정’으로 최다니엘, 박은빈, 이지아, 김원해 등이 호흡을 맞춘다. 오는 9월 5일 첫 방송.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 K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