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강동원은 최근 원톱으로 나선 영화 '골든슬럼버' '인랑'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유독 단독 주연작에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이는 극을 끌고 나갈 만큼의 섬세한 연기력과 폭발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단 방증이다. 데뷔 15년차 강동원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있다.

강동원은 최근 몇 작품 연속 흥행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첫 원톱 시험대에 오른 영화 '가려진 시간'과 최근 개봉한 '골든슬럼버'는 모두 원톱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그 사이에 영화 '마스터'와 '1987'이 개봉, 두 작품 모두 누적 관객수 700만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마스터'는 배우 이병헌 김우빈이 함께 활약한 일명 '떼주물'이었으며, '1987'은 특별출연이었다.

단독 주연 작품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던 강동원은 순제작비만 190억 원인 대작 '인랑'을 통해 제대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재 '인랑'은 누적 관객수 100만을 넘기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5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이 개봉 이틀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랑'은 처참한 수준이다. 손익분기점인 600만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다.

흥행 성적은 물론, '인랑'에 쏟아진 혹평 또한 만만치 않다. 오시이 마모루의 '견랑전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특기대의 강화복과 거대한 지하수로 등 원작 속 웅장한 배경을 실사화하는 데는 무리 없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중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특기대 정예요원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의 로맨스 전개가 갑작스럽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인랑'의 패착이 된 셈이다. 임중경은 개인의 판단과 감정 표출을 막기 위해 고안된 특기대의 강화복을 입고 활동하는 인물이다. 또한 이윤희에게 목적을 갖고 접근한 만큼, 자신의 감정과 속내를 숨긴 채 만남을 갖기도 한다. 그만큼 감정 표현이 크지 않은 인물이었기에 무엇보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중요했다. 그러나 강동원의 시종일관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임중경이 내면에서 어떤 폭풍 같은 변화를 겪었기에 조직에 반기를 드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인랑'은 임중경과 이윤희를 비롯해 임중경과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정우성), 공안부 소속 한상우(김무열)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주는 긴장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였다. 임중경이 자신과 함께 훈련하다 특기대를 버리고 공안부로 합류한 한상우에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또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장진태의 명령이 납득되지 않던 순간 등 임중경이 후반부 폭주하기까지의 감정은 그 누구보다 입체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동원은 일관된 표정과 대사 톤을 유지해 이 같은 감정 변화를 쉽게 납득시키지 못했고, 개연성 부족이라는 '인랑'의 혹평에 힘을 보태게 됐다.



강동원은 직전 작품인 '골든슬럼버'에서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택배 기사 건우(강동원)의 도주극을 그린 영화로, 건우 역을 맡은 강동원의 원맨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골든슬럼버' 역시 도주극의 치밀함이 부족했으며, 건우와 친구들의 애틋한 우정이라는 서브 플롯이 어우러지지 않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스토리의 빈약함을 지적받은 것이다. 여기에 말도 안 되는 위협과 오해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정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건우의 성격에도 의문이 크게 남았다. 강동원의 다채롭지 못한 연기는 영화의 단점에 힘이 되지 못했다. 그는 건우의 착한 성격을 위해 시종일관 순진무구함을 내세운 말간 표정을 하며 캐릭터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1차원적인 인물의 성격이 그를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 않았던 것. 또한 강동원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그저 심각한 표정만 선보이는 등 유사한 연기톤을 반복적으로 펼쳤고, 이는 피로도를 높이는 요소가 됐다.

이쯤 되면 강동원은 단독 주연으로 극을 끌어갈 만큼의 역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약 15년 간 활동한 강동원은 2004년 개봉한 영화 '늑대의 유혹' 이후 거의 매년 한, 두 작품 이상 소화하며 다작을 한 배우다. 액션, 로맨스, 사극 등 장르를 불문한 작품들에 도전하는 성향을 가진 배우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전히 강동원의 연기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뼈아픈 일이 된다. 명성과 경력과는 달리, 연기적인 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배우에게는 치명적이다.

그의 출연작 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만 봐도 '의형제'에선 송강호, '검은 사제들'의 김윤석, '검사외전'의 황정민 등,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이들은 극의 에너지를 이끌어 가며 상대 배우들을 도드라지게 하는 내공을 갖춘 배우들이었다. 결국 단독 주연작이나 혼자서 극을 주도해나가야 할 때 강동원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그가 매 작품 연기력에 의구심을 들게 한 건 아니다. 영화 '형사'와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는 특유의 우아한 액션 연기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 바 있다.

그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 경력과 이름값을 증명해야 하는 때가 온 강동원이다. 더욱이 현재 강동원은 영화 '쓰나미 LA'를 통해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강동원은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강동원이 다음 시험대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오롯이 증명해낼 수 있을까.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인랑' '골든슬럼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