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영화와 예능 모두 대중적으로 폭넓게 사랑 받는 콘텐츠다. 그러나 두 콘텐츠는 서로 상이한 성격 탓에 하나로 버무려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저작권이라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예능에서 영화가 다뤄질 때는 주로 홍보에 그친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방구석 1열’은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홍보 이상의 깊이 있는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방구석 1열'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영화와 인문학을 토크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영화를 연출한 감독, 인문학 전문가 등이 작품을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쉽고 재미있는 수다를 나누는 모습을 담는다. 지난해 '전체관람가' 이후 김미연 PD가 다시 한번 내놓은 영화 예능이다.

‘전체관람가’에 이어 ‘방구석 1열’까지 김미연 PD의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몇 년 간 준비에 걸쳐 탄생한 영화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과 창작물에 대한 가벼운 평가가 이뤄지는 세태를 넘어서길 바라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더구나 김 PD는 예능을 만드는 창작자 입장에서 같은 창작자인 영화인들의 마음에 공감했다. 그렇기에 두 프로그램 모두 영화를 쉽게 이야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는 “창작물을 쉽게 폄하하는 것이 큰 상처라는 것을 안다"며 영화인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어떤 영화의 네티즌 평을 보는데 '다음에 이 감독에게 기회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은 너무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한 편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쏟는 열정과 집중력, 거기에 담아내는 메시지. 이런 게 좋아서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한 선배는 저더러 '너는 영화감독 덕후야'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방구석 1열'이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담지만, 영화평론가가 출연하지 않는 점이 의외로 비친다. '방구석 1열'에는 가수 윤종신, JTBC 장성규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변영주 감독, 정윤철 감독,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매주 다른 인물들이 패널로 등장한다. 해당 작품을 연출한 영화감독이나 출연 배우가 등장하기도 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나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출연하기도 했다.

김미연 PD는 "평론가가 함께 해 영화에 대한 평론과 분석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과 이를 통해 인문학적 이야기로 수다 떨듯 뻗어나가고 싶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범죄도시'를 다룰 때는 극 중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윤석호 경위가, 범죄 실화 영화를 주제로 할 때는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6.25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인문학 강사 최진기가 방송에 함께 했다. 이처럼 주제에 맞는 인물들이 출연해 영화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켜 재미를 더했다.

또한 '방구석 1열'의 메인 코너인 '띵작매치' 코너에서는 매주 다양한 주제로 영화를 다룬다. 해당 코너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계와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두 작품의 키워드를 분석해 연결고리를 파헤치고, 다양한 인문학적 수다를 통해 인기요인을 살펴본다.

주제와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은 시의성이다. 지난 5월 3일 방송된 '방구석 1열' 첫 회에서는 가장 화제가 됐던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영화 '강철비'와 '공동경비구역 JSA'를 다뤘다. 두 영화 모두 남북 관계를 소재로 한 분단영화다.

김미연 PD는 "사람들이 원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을 빨리 보여주는 것이 방송이 할 일"이라며 "시의적 사건사고나 국제정세에 따라 방송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대한한공 일가 갑질 논란이 한창 뉴스를 타던 시기에는 이와 관련된 영화인 '베테랑'과 '군도'를 다른 회차보다 늦게 녹화했지만 먼저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간 '택시운전사' 같은 천만 영화를 비롯해 총 16편의 한국 영화를 다뤘다. 자칫 큰 스케일의 한국 영화에 편향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 '우리들'과 '4등'과 같은 저에산 영화를 주제로 녹화를 진행했다. "영화를 편식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려 한다"는 김미연 PD는 "작은 영화를 주제로 했을 때도 많은 시청자들과 교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밖에도 향후 하고 싶은 주제로 김미연 PD는 SF영화를 꼽았다. 이는 김미연 PD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라고. 그러면서 "정재승 교수님을 모셔서 과학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해 향후 다양한 주제를 다룰 방송에 기대감을 심었다.



'불금' 시청자들을 방구석 1열로 소환시키겠다며 야심 차게 시작한 '방구석 1열'은 1%대 초중반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순항 중이다.(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 방송 때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며 화제성도 좋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은 시청하기 힘든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미연 PD는 편성에 대해 "6시 30분이라는 편성 불모지에 도전정신이 있었다"며 "요즘 시청자들이 TV보다도 모바일, 다시 보기로 워낙 많이 본다. 회사에서도 너무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미연 PD 표 영화 예능은 많은 시청자들이 응원하며 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미연 PD의 앞선 프로그램인 '전체관람가' 역시 많은 시청자들이 시즌2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김미연 PD는 '전체관람가2'에 대해 "'전체관람가'가 끝나자마자 '방구석 1열'을 준비해서 아직 시즌2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미연 PD는 "제작비나 인력 문제도 그렇고, 감독님 섭외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전체관람가2'에 관심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볼 것"이라며 "일단 '전체관람가2'는 하고는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미연 PD는 '방구석 1열'을 꾸준히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관심을 갖고 꾸준히 봐주시는 1%대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프로그램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힘을 내서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한국 영화가 많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이 준비돼 있으니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방구석 1열'은 매주 금요일 저녁 6시 30분 방송된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