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인간극장'에서 백령도 해녀와 사위의 삶을 조명했다.

9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은 '백령도 해녀와 사위' 1부로 꾸며졌다.

서쪽 가장 끝 섬 백령도. 출렁이는 바다 위로 한 척의 배가 있다. 긴장한 한 남자의 시선은 줄곧 바다를 향하고 있다. 그때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잠수부. 배로 올라온 잠수부는 올해 일흔의 해녀 김호순(70) 씨, 노란 공기줄을 지키던 사람은 사위 윤학진 씨(44)다.

제주가 고향인 해녀 호순 씨. 어릴 적 물속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잠수를 익히고, 아홉 살에는 미역과 우뭇가사리를 따다가 공책도 사고 연필도 사며 해녀가 되었다. 열다섯 살에는 이미 상군 해녀가 되어 울산, 여수 등으로 해녀 원정을 다녔다. 어린 나이에도 어찌나 물질을 잘하던지 사람들은 "잠수를 잘하던 할머니를 닮았다"며 호순 씨를 '용왕 딸'이라 불렀다. 35년 전 제주에서 백령도로 온 1등 해녀 호순 씨, 그는 왜 백령도로 왔을까.

서른 살, 남편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젊은 해녀에겐 삼 남매가 있었다. "백령도에 물건이 많다"는 이야기에 호순 씨, 눈에 밟히는 자식들을 제주도에 남겨둔 채 홀로 백령도로 왔다. 낯선 섬 백령도, 손 닿는 곳마다 물건이 가득해 물속에 있노라면 그리움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만 보면 내 자식 같아 울면서 물질을 했다는 해녀 엄마다. 그렇게 인생의 반을 백령도 바다에서 보냈다. 그런 어머니 곁으로 온 아들딸, 큰아들은 어부가 되었고, 9년 전에는 막내딸 공미숙(44) 윤학진(44) 씨 부부도 백령도로 왔다. 어머니가 따오신 미역을 엮으며 바닷일을 배워가던 막내딸 부부. 그러던 중 남매의 공부를 위해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서울로 가게 됐고, 2년 전엔 횟집까지 시작해 백령도 기러기 아빠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그렇게 2인 1조가 된 백령도 해녀와 사위. 잠수 작업 하는 해녀 장모님 곁에서 공기공급줄을 잡아주는 사위, 그러면 장모님은 수심 25미터에서 비단 가리비를 캐고, 또다시 장모님이 정해준 자리로 가면, 이번엔 통발! 횟집에 쓸 우럭이며 놀래미를 걷어 올리는 사위 곁에서 장모님이 배 조종을 맡는다. 백령도 바다의 환상의 커플이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함께 식사하고, 함께 목욕탕을 가며, 병원도 함께 다니는 엄마와 막내아들 같은 두 사람. 4년 전엔 해녀 장모님을 따라 사위도 잠수하는 해남이 됐다. 횟집에 장모님 행차하시면, 살가운 사위는 장모님 좋아하시는 초밥을 만들어 드린다. 장모님은 장모님대로 사위를 챙기는데, 늦은 밤까지 일하고 온 사위를 기다리고, 행여나 횟집에 고기가 떨어지진 않는지 늘 들여다본다. 일흔의 어머니가 바다에 나가는 이유는 여전히 자식들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극심한 변비로 고생 중인 어머니, 사위 학진 씨가 직접 약초를 캐다가 약초 물도 끓여 보지만 효과는 없고, 결국 새벽 배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며칠 만에 돌아온 백령도, 해녀가 천직이라는 일흔의 장모님은 다시 바다로 향하고, 그 곁에는 든든한 사위 학진 씨가 있다. 오늘도 백령도 해녀와 사위 앞에 삶이라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우리가 갈수 있는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바다. 오늘도 그곳엔 삶이 넘실댄다. 학진 씨는 공기 방울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 노란 공기 공급줄이 엉키지 않게 하면서 잠수부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학진 씨의 일이었다. 수심 25m 바다에서 잠수부는 망을 가득 채워왔다. 학진씨의 장모이자 해녀인 호순 씨다.

봄이 뎌디 오는 최북단 바다. 물이 차가워 오래 잠수할 수 없다. 바다 속 지도는 이미 호순 씨의 머리에 있다. 수신호에 따라 그날의 잠수 위치가 결정된다. 공기 줄을 다시 문 호순 씨는 다시 힘차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해녀 호순 씨의 숨 줄은 학진 씨 손에 달렸다. 바다를 주시하는 그와 해녀는 공기 줄 하나로 이어져 있다. 학진 씨는 "배가 계속 잠수부를 찾아서 따라다녀야 하니까. 어머니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기 줄이 배 밑으로 안 들어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머니의 생명줄이니까"라고 했다.

일흔의 백령도 해녀. 아홉살부터 친구들과 물 속에서 숨바꼭질을 했다는 호순 씨는 뼛속까지 해녀의 운명을 지녔다. 제주 바다와 다른 것이 있다면 수심이 깊은 백령도 바다에서는 산소 줄을 입에 물고 물질을 한다는 거였고, 이로 인해 더 오래 물질을 할 수 있었다. 위장술을 펼치며 바다 밑에 숨어 있던 비단 가리비를 호순 씨는 감각만으로 따왔다.

북한 장산곶과 불과 약 10km 떨어진 백령도 바다는 호순 씨의 삶의 터전이었다. 머나먼 섬 백령도. 해녀와 사위는 올봄 첫 가리비 작업을 했다. 굵은 가리비는 모두 도매로 넘긴다. 평생 바다를 바라보고 살아온 해녀의 집은 포구 바로 앞에 자리했다.

점심거리로 챙긴 가리비와 물고기. 그런데 물고기가 탈출한다. 하마터면 점심이 다 날아갈 뻔 했다. 겨울에도 통발 작업을 해왔지만, 가리비는 올해 처음이었다. 수심 25m에서 따온 귀한 비단 가리비. 따뜻한 몸에 언 몸을 녹인 호순 씨. 부지런하기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호순 씨는 "아무래도 바다에 다녀오면 마음이 편하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하다. 이게 내 천직이다 생각하니까 날씨만 좋으면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1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