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2018년을 누구보다 즐겁게 맞은 배우 정민성이다. 오랜 무명을 거쳐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기회를 맞은 그는 2018년 새롭게 배우로서 도약할 예정이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 '방황하는 별들'을 보고 배우들을 마냥 동경했던 정민성은 1999년 영화 '박하사탕'의 단역을 시작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그러나 약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역과 단편영화를 오가며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연기다"라는 믿음 하나로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정민성이다.

그리고 현재 정민성은 케이블TV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극본 정보훈·연출 신원호)에 고박사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감옥을 배경으로 미지의 공간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에피소드 드라마다.

정민성이 연기한 고박사는 극 중 김제혁(박해수)과 2상6방에서 동고동락하는 인물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부터 펼치고 보는 학구파에,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노력파다. 다니던 회사가 안 좋은 일에 휘말려 대신 책임을 지게 됐지만, 결국 2상6방 멤버들의 응원에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민성에게 고박사로 살아가는 그 시간은 더 없을 행복한 날들이었다. 10여 년을 연기 해온 그에게 '직업'이 아니라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민성은 "대본을 보니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캐릭터 색깔이 너무 분명하더라. 기쁘지만 거기서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나중에는 감독님도 '점점 고박사가 되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고박사가 대사 분량이 많았어요. 대사를 정확하게 외우려고 노력했죠. 발음이 제대로 안 되면 캐릭터에 누가 될 것 같아서 발음 연습을 엄청 했어요. 대본을 외우려고 대본집을 통째로 다 받아쓰기도 했죠. 그냥 감사했어요."

정민성은 고박사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끊임없이 해야 했다. 처음 받은 캐릭터일뿐더러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매력을 가진 수많은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고박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정민성이 생각하기에 고박사는 사회에서 겪었던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감빵에서나마 터뜨린 것 같았단다. 그는 "고박사가 진정서에 목을 메지 않냐. 어찌 보면 감빵에서 진정서를 넣고 하는 게 웃겨 보일 수 있다. 근데 고박사에게는 사회에서 못했던 것을 감빵에서라도 해보려는 보상심리였던 거다. 덕분에 나도 연기하면서 통쾌했다"고 자신이 생각한 고박사 캐릭터를 설명했다.

"나랑 비슷한 면이 많아요.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썩 좋지 못한 거요(웃음). 열심히 하는데 잘 안 되니까. 딸 얘기도 나오잖아요.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은 고박사에게 40대 가장으로서 공감이 정말 많이 갔어요."

사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방송 시작 전부터 시청자뿐만 아니라 현장 배우들도 우려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감옥'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미화의 소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정민성은 당시를 떠올리며 "배우들 사이에서도 '미화라고 욕을 먹으면 어쩌지'라는 그 우려는 많이 있었다. 사실 고박사도 범법자 아닌가. 드라마는 그 사연을 이야기로 풀어주는 거다. 결과적으로 미화는 줄어든 것 같다. 고박사도 형기를 다 채우고 나갈 거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회가 지날수록 우려가 사라지지고 호평이 늘어났다. 그러자 현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더군다나 현재 유료가구 시청률 1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더욱 신나게 연기할 수 있게 됐다. 정민성은 "최고의 현장이었다. 현장은 감독의 성향을 따라가는데 신원호 감독님은 소리를 안 지르신다. 이렇게 조용한 드라마 현장은 처음이다"며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즐거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신원호 감독에게 또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 정민성이다. 그는 "사실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별로 없었다. 캐스팅될 때도 내가 할 역할은 아닌 것 같았다"며 "나에게 큰 역할을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촬영하는 내내 배우로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독님이 신인 배우들을 많이 발굴하셨잖아요. 그래서 사실 기대는 했어요 (웃음). 근데도 된다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죠. 1차 오디션을 보고 떨어진 줄 알았더니 2개월 뒤에 연락이 와서 감독님이 다시 오디션을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일주일 뒤에 3차 오디션을 봤어요. 그 자리에서 '같이 하자'고 하시는데, 내 연기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었어요."

이젠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생겼단다. 그런 정민성에게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나름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더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기회가 왔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 그전에 없던 일이다. 가족들도 '생각보다 화면에 많이 나와서 놀랐다'고 하더라. 내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많은 작품을 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고박사처럼요. 선하게 생긴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