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좋은 사람'이 아침드라마 막장 계보를 이으며 종영했다.

28일 오전 방송된 MBC 아침드라마 '좋은 사람'(극본 은주영·연출 김흥동) 마지막회(122회)에서는 차승희(오미희)가 죗값을 치르고 석지완(현우성)과 윤정원(우희진)이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차옥심(이효춘)은 차승희의 회장 취임식에 나타나 "대영그룹을 전문경영인의 손에 맡기려 합니다. 더불어 내가 보유한 모든 주식을 이 회사를 함께 지켜온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 직원들에게 나눠줄 생각입니다"라고 공표했다. 여기에 윤정원과 석지완은 차승희의 악행이 담긴 증거를 낱낱이 공개했다. 경찰에 붙잡힌 차승희는 살인죄, 증거 인멸, 회사 자금 횡령 등으로 징역 10년 형을 구형 받았고, 이를 인정하지 못 하고 저항하던 중 감옥에서 정신을 잃었다.

한편 죄를 뉘우치고 자수한 홍문호(독고영재)는 석지완에게 아들 홍수혁(장재호)을 부탁했다. 홍수혁은 외국에 가게 됐고, 석지완은 그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함께 외국으로 떠나 윤정원과 이별하게 됐다.

1년 후, 차옥심과 윤정원은 기억을 잃은 채 보호시설에서 살고 있는 차승희를 만났다. 그는 차승희라는 이름까지 잊고 새 삶을 살고 있었다. 차옥심은 눈물을 흘리며 준비해 간 음식을 줬고, 차승희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지만 곧 기억이 난 듯 눈물을 흘렸다. 석지완 역시 해외에서 돌아왔다. 석지완은 귀국 후, 윤정원 뒤에서 깜짝 나타나 바닷가에서 힘껏 껴안았다.

윤정원은 내레이션을 통해 "다시는 사람을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던 사람들이 날 가장 아프게 했을 때 세상은 혼자 헤쳐나가는 터널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이 날 거 같지 않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지금, 나는 깨닫는다. 그 터널을 지나온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고. 내 앞에서 빛을 비춰주고 내 옆에서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 내가 있다고. 난 다시 한 번 믿어보려 한다. 결국은 사람만이 희망이고 위안이라는 걸"이라면서 석지완과 바닷가에서 손을 잡고 걸으며 극을 마무리 지었다.


'좋은 사람'은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와 아픔을 사랑으로 치유하고 결국엔 '사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 말처럼 끝은 해피엔딩이었지만 드라마는 내내 소위 '막장'으로 치달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 드라마는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막장'의 우려를 받은 바 있다. 김흥동 PD가 '김치따귀신' '주스폭포신' 등 희대의 막장신을 연출한 장본인이기 때문. 하지만 김 PD는 "복수극에 코믹함이 가미된 아침 드라마가 될 것"이라면서 드라마가 마냥 자극적이지만은 않을 거다. 우려하는 것처럼 출생의 비밀과 같은 올드한 설정은 시청자들에 보여드리고 싶진 않다. 밝은 부분은 밝게, 갈등은 진지하게 그려나갈 것"이라면서 뻔한 아침드라마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시작부터 전형적인 '막장'의 틀을 입고 있었다. 우선 두 남녀 주인공이 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었고 인물들 또한 극과 극의 선과 악으로 나뉘어 뻔뻔한 대립을 이어갔다.

윤정원의 절친한 동생 차경주(강성미)는 윤정원의 남편 이영훈(서우진)을 계속 유혹했으며 심지어는 석지완과 불륜관계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차승희에 의해 이영훈이 죽자 윤정원에게 누명을 씌워 징역을 살게 했고 계략을 알게 된 윤정원의 양어머니 송금순(권재희)과 실랑이 도중 그를 교통사고로 죽게 만들었다. 차승희는 차옥심의 친딸이자 윤정원의 친어머니인 김은애(김현주)를 밀어 넘어뜨린 뒤 가둬놓았고 윤정원에게도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

이렇듯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 불륜, 교통사고, 뺑소니, 살인, 납치, 감금, 사기 등 내내 자극적인 소재들로 점철됐고 마지막까지 '기억상실'이라는 고리타분한 설정이 튀어나와 실망감을 안겼다. 이 뜬금 없는 기억상실 때문에 악인은 징역도 다 채우지 못한 채 참회하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꽤나 선방했다. 오전 7시 50분이라는 다소 이른 시간대임에도 줄곧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한 것. '욕하면서도 본다'는 말이 또 맞아떨어진 셈이다.

아쉽게도 MBC의 막장 지우기는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브의 사랑' '내일도 승리' 등에 이어 '좋은 사람'까지 제목만 훈훈하고 시청자의 발암을 유발하는 고구마 스토리가 이어지다 마지막 회에 급 정리하는 방식이 또 반복되고 말았다. "막장 없는 유쾌한 드라마"를 표방했던 '좋은 사람'은 포부와는 다르게 '막장 명가'로 불리는 MBC의 오명을 잇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