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예찬] 현존하는 여성 영화감독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프랑스의 클레르 드니(Claire Denis)이다. 올해 만70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1996),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2000) 등을 수상한 거장이다. 그가 서울아트시네마 초청으로 내한,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영화인과의 대담 행사를 갖는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5일 티브이데일리에 “클레르 드니 감독이 서울에서 열리는 그의 영화 회고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오는 12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클레르 드니 회고전’을 개최한다.

클레르 드니는 국가와 민족, 젠더 등의 요소를 전복적으로 재배치하는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포함한 주요 작품 1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1946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클레르 드니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4살에 파리로 돌아온 그는 프랑스 고등영화연구소(IDHEC-현재는 FEMIS)를 1971년에 졸업했다.

그는 1974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목록 첫 번째에 이름을 올린 ‘유기체의 신비’의 연출자 두산 마카베예프 연출부에 들어가, ‘달콤한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감독 수업을 받는다. 이후 자크 리베트, 코스타 가브라스, 빔 벤더스, 짐 자무쉬 등 세계적 명장의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파리, 텍사스’, ‘베를린 천사의 시’ 등에서 그를 조감독으로 기용한 빔 벤더스의 격려에 힘입어 드니는 1988년 자신의 첫 영화 ‘초콜렛’으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아프리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체험에 기초한 이 영화는 ‘파리, 텍사스’의 황량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콜렛’은 제41회 칸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비평가와 관객들로부터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드니는 ‘네네트와 보니’(1996), ‘좋은 직업’(1999-국내에서는 ‘아름다운 직업’으로 개봉), ‘트러블 에브리데이’(2001), ‘금요일 밤’(2002) 등의 작품을 내놓았다. 그는 이들 작품을 통해 프랑스 영화의 서정성과 현대 프랑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화시키는 탁월한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비평가들은 드니 감독에 대해 “거대한 역사에 개인의 역사를 중첩시켜 자전적 요소를 부여함으로써 작품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라고 평가한다. 서아프리카에서 자란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여러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시각이다.

예를 들자면, ‘초콜렛’과 ‘백인의 것’(2009)에서는 서아프리카의 식민지 사회와 후기 식민지 사회를 다루고 있으며, ‘죽음은 두렵지 않다’(1990)와 ‘35 럼 샷’(2008)은 프랑스 이주민의 삶을, 그리고 ’네네트와 보니‘에서는 주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변인의 시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드니의 영화적 특징은 소재 선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이야기의 관습적인 인과관계를 의도적으로 비껴가고, 관객은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호러, 로맨스, 드라마 등의 장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면서도 장르의 문법을 과감히 비틀기도 하며, 특정 지형 혹은 지역, 날씨, 그리고 풍경의 분위기와 개성이 그 공간의 인물들과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특징 또한 드니 영화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의대학교 영상미디어센터가 펴낸 ‘근현대영화인사전’에서는 드니의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를 두 가지로 압축한다. 그 하나는 ‘방랑’이다.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대부분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존재들로 실제 방랑을 떠나거나 정신적 방황을 반복한다.

‘방랑’과 더블어 드니의 영화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관능적 욕망’이라고 이 사전은 지적하고 있다. 드니는 그의 연출작에서 인간의 육체적 욕망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에 나타난 욕망은 ‘일반적인 남녀의 관계를 넘어 다소 비정상적이고 일탈적인 욕망’이라고 사전은 덧붙이고 있다.

회고전 관계자는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을 전복시키며 여전히 몽환적이고 함축적인 이야기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클레르 드니의 작품세계를 이번 기회를 통해 탐험해보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회고전과 더불어 클레르 드니가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4월 15일 오후 7시), ‘클레르 드니 마스터클래스’(4월 16일 오후 3시 30분), ‘대담’(4월 17일 오후 3시 30분), ‘시네토크’(4월 24일 오후 3시 30분) 등이 각각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티브이데일리 민덕기의 스타찬가 news@tvdaily.co.kr / 사진=회고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