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가수에서 배우로, 연기돌에서 완연한 연기자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는 서인국(28)에게 한계란 없는 걸까. 정극이면 정극, 로코(로맨틱코미디)면 로코, 맡는 작품마다 극중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키던 그가 사극에서도 연기 합격점을 받았다.

서인국은 지상파 첫 작품이자 도전이었던 KBS2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극본 이향희ㆍ연출 윤성식)에서 비운의 왕자 광해 역을 맡았다. 서인국은 서자 출신으로 세자 자리에 올라 끝내 왕으로 우뚝 서는 광해의 성장 스토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생애 첫 사극인 만큼 걱정도 많았다는 서인국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진행된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도 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재미있었다"며 "마치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신나게 촬영했다. 한 편으론 속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왕의 얼굴'은 피비린내 나는 정쟁 속에서 왕으로 우뚝 서게 되는 광해의 성장스토리와, 한 여인을 두고 삼각관계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 선조(이성재)와 아들 광해의 비극적인 사랑을 동시에 그린 작품이다. 서인국에게 이 작품을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장르를 떠나 광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라며 "이미 광해라는 인물은 많은 작품에서 다뤄왔다. 하지만 '왕의 얼굴'은 광해가 왕에 즉위한 그 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닌, 광해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점에서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광해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성장에 맞게끔 변화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광해의 어릴 때의 모습과 어른의 모습이 철저히 달라야 했기에 제 나름대로 연구도 했었고, 그 과정에서 오는 여러 고충도 존재했죠. 하지만 광해의 성장을 연기하는 데 있어 저도 몰랐던 또 다른 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재미를 느꼈어요."



서인국은 광해를 표현해내기 위해 여러 사극 작품들을 보며 참고했다고 했다. 그는 "시대적 배경이라는 것은 머릿속으로 이해는 하고 있지만, 직접 겪어본 것이 아니기에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러 작품을 보며 말투나 행동을 연구했고, 이러한 간접 경험들이 서인국만의 광해를 표현해내는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데 있어 완벽할 수 없듯, 서인국 역시 녹록지 않았던 모양이다. 첫 사극작에서 오는 긴장감이었을까, 그는 와이어 촬영 도중 경미한 코 부상을 입어 콧등에 작은 흉터를 남긴 바 있다. 이에 서인국은 "'왕의 얼굴'이라는 타이틀인 만큼 얼굴이 중요한데, 내 부주의로 상처가 나서 죄책감이 들었다"라며 "조금 더 주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며칠 전 '왕의 얼굴' 팀은 강원도로 함께 MT를 다녀올 만큼 배우들의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다. 이미 선조 역의 이성재와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는 서인국은 "(이)성재 형님과는 전부터 알던 사이라 편했는데, (조)윤희 누나는 촬영을 하며 처음 알게 됐다"라며 "이젠 친누나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희 누나에게 재롱도 많이 떨고 그랬다"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촬영하면서 워낙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성재 형님과는 'MC 경복궁'이라는 팀을 결성해 힙합 댄스도 추고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죠. 또 성재 형님이 차에 게임기를 설치해서 동료 배우들과 함께 게임도 하고 즐겁게 지냈어요. 이러한 점들이 '왕의 얼굴' 팀이 종영한 후에도 다같이 MT도 다녀오고 그럴 수 있었던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벌써 그리워요."

서인국이 생각하는 '왕의 얼굴'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광해의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인 만큼, 광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동법 공표 장면을 꼽았다. 또한 극중 비극적인 사랑을 펼쳤던 김가희(조윤희)와의 이별 엔딩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묻자 "광해는 이미 결혼한 몸"이라며 "아쉽지만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웃었다.



그 동안 연이은 작품들로 쉴새 없이 달려온 서인국은 현재 차기작 없이 휴식 중이라며 근황을 알렸다. 하지만 배우이기 전에 가수인 서인국에게 있어 무대에서 오는 갈증은 없었을까. 이에 서인국은 "얼마 전에 미니 콘서트를 했었다"며 가수로서의 활동을 배우와 함께 병행 중임을 밝혔다.

"제 나름대로 가수로서의 서인국과 배우로서의 서인국 모두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단지 이러한 점이 대중들에게 비춰지느냐 안 비춰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앨범도 시간에 쫓겨서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젠 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자작곡을 준비 중에 있어요. 아직 발매 계획은 없지만 시간을 두고 진행하려고 해요. 그 동안 못 쉬었죠, 아니 안 쉬었다는 표현이 맞을거예요. 저 욕심 많거든요.(웃음)"

서인국은 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상대방이랑 호흡을 맞춰가며 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배우는 서로 다른 세계이자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수, 혹은 배우란 직업을 병행함에 있어 받게 되는 스트레스도 존재하지만, 희열감이 더 크기에 둘 다 놓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악역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보통 악역이라고 해도 '이유 있는' 악역이 대부분이잖아요. 전 용서받을 수 없는 악역에 도전하고 싶어요. 악 중의 악이요. 잘 할 자신 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왕의 얼굴' 멤버들 그대로 현대극에서 만나고 싶어요. 이번에는 제가 성재 형님을 괴롭히는 역으로요.(웃음)"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