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올 한 해도 화려하고 파격적인 드레스로 레드카펫을 빛낸 스타들이 많았다. 그 중 지난 10월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한 옆태 시스루 드레스로 화제를 뿌린 배우 서리슬(25)을 빼놓을 수 없다.

서리슬은 지난 2003년 KBS TV 문학관 '효를 찾아서'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이른바 '중고 신인'이다. 그동안 15편 안팎의 독립영화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그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서리슬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뜻밖의 한 방'이 된 무대였다.

서리슬은 당시 옆태를 전부 노출한 듯한 착시를 자아내는 하반신 시스루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앞태와 뒤태는 가린 채 옆 라인 노출을 강조한 그의 독특한 드레스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서리슬은 일약 영화제 레드카펫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서리슬은 "7월 부천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섰을 땐 평범하고 우아한 드레스를 택했다. 그랬더니 기사도 안나고 시선을 끌지 못하더라"며 남다른 드레스를 입기로 '작심한' 배경을 털어놨다. 이어 "날고 기는 쟁쟁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으려면 드레스가 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서리슬의 드레스는 손재주 좋은 그의 어머니가 직접 리폼 해준 옷이었다. 서리슬은 "볼륨감 있는 체형이 아니기 때문에 여타 여배우들처럼 앞뒤를 노출하기보단 다른 부위를 부각시키고자 했다"며 당시 짠 '전략'을 털어놨다. 또 올해 영화제 측이 레드카펫 노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었으나 서리슬은 이를 알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몰랐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고민 없이 그런 의상을 입을 수 있었다"며 민망한 듯 웃었다.



흥미롭게도 서리슬은 행사 1주일 뒤에야 유명세를 탔다. 현장에서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지만 '이름 없는 배우'로 통하며 이번에도 그의 이름을 단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사진을 관심 있게 본 SBS '한밤의 TV 연예' 측이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후 방송에 소개되며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방송 출연 후 서리슬은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단박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쏟아진 관심을 복기하며 서리슬은 "실감도 안났고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부천 때 묻어둔 한을 부산에서 풀었다"며 후련했던 심경도 전했다.



충분히 이슈를 끌었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서리슬은 매 영화제 레드카펫 때마다 노출로 관심을 끄는 여타 신인 여배우들처럼 소위 '뜨려고 벗은 여배우'라는 프레임에 자의 반 타의 반 발을 들였다.

이에 서리슬은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솔직해서 좋다' '신인들은 어쩔 수 없지'라며 좋게 봐주는 이들도 있다"며 나름의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또 "노출로 뜨길 원했다기보단 단지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리슬은 앞서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수위 높은 정사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자연히 서리슬도 '19금 영화' 시장을 주종목으로 하는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서리슬은 그러자 "오히려 그런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아 더 신중하게 시나리오를 고르고 있다"고 밝혔다.

"노출을 앞세운 시나리오들이 많이 들어오면 어쩌지 했는데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작품이 좋은데 노출이 있다 해서 안하진 않을 거예요. 제일 중요한 건 대본을 봤을 때 내가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역할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연기력을 검증받을 수 있을까, 그런 점들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요."

서리슬은 "연기는 내 운명이라 생각하고 배우의 길을 택했지만 그동안 뜻대로 순탄하게 풀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 길은 한참 멀었지만 그토록 원했던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아봤다. 코앞의 꿈은 이룬 것 같다"며 특유의 쾌활한 말투로 낙관했다. 서리슬은 "앞으론 더 내공을 쌓아서 김혜자 전도연 선배님처럼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며 부푼 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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