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안기현의 스트레이트] 오늘 국내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가 연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의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언론들로부터 별점 5개 만점 중 평균 4개 반의 높은 점수를 받아 눈길을 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포지티프 프랑스 컬처(Positif france culture) 라 누오바 베네치아(La Nuova venezia) 필름 티브이 데일리(Film TV Daily) 등의 언론은 최고 평점인 별점 5개를 줬고 라 스탬파(La stampa) 세이티카 온라인(Ceitica online)은 4개 반, 라 레푸블리카(La republica) 베뉴스 데일리(Venews Daily)는 4개를 줬다.

이 점수는 이미 상영된 14편 중 상위권이라고 한다.

따라서 ‘피에타’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더 마스터'와 울리히 사히들 감독의 '파라다이스: 믿음' 등과 함께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지난달 29일 개막돼 오는 8일 폐막식에서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영화는 1956년 이병일의 ‘시집가는 날’이 제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면서부터 세계 3대 영화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해 1961년 제11회 베를린에서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은곰상을 받으며 상을 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가 베니스에서 여우주연상(강수연)을,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2002년 칸에서 임권택의 ‘취화선’과 베니스에서 이창동의 ‘오아시스’가 각각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2004년 베를린에서 김기덕의 ‘사마리아’가 감독상을, 칸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각각 받았다.

가장 최근 기록은 2007년 이창동 감독 ‘밀양’의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이번 베니스에서의 ‘피에타’에 대한 호평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베니스는 김기덕에 대해 호의적이다. ‘빈 집’의 출품으로 베니스를 방문한 적이 있는 재희는 ‘현지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술회한 바 있다.

하지만 김기덕의 영화는 국내에서는 철저하게 흥행의 외곽에 있었다. 이는 김기덕 영화는 거의 대부분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섬’은 낚시바늘을 삼키거나 자궁 속에 집어넣는 장면 등으로 칸에서 관객의 구토를 유발한 적이 있을 정도다.

또 김 감독의 영화 중 비교적 흥행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남자’도 정상적인 시각으로 보기 힘든 내용이다. 사창가의 깡패 두목 한기(조재현)가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대생 선화(서원)에게 반해 강제로 키스하고 강간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매춘까지 시킨다는 아주 비위 상하는 내용이다.

이번 ‘피에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 강도(이정진)는 고아로 태어나 30년간 살아오면서 정이나 인간미와는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인물이다. 채권자의 심부름꾼인 추심꾼으로서 먹고 사는 그는 주로 청계천에서 일하는 채무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돈을 못갚을 경우 신체를 훼손한 뒤 보험금을 타내 변제하도록 만드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그에게 어느날 40대의 여인(조민수)이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한 뒤 한 없이 그에게 희생한다.

하지만 이런 호소가 먹혀들어갈 리 없다. 그는 여인에게 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폭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강간까지 한다.
동물의 내장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시종일관 침침한 조명과 암울한 분위기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상업주의 영화의 공식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구역질 나고 찜찜하기 그지 없는 비주얼과 스토리다.

감독은 이 영화의 제작의도에 대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이렇게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비주얼로 비판해야만 하는 의문감이 강하게 드는 표현방법이다.

물론 고리대금업자는 나쁘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고리대금업을 하도록 방치한 이 사회가, 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사채업자들을 원천봉쇄하고 은행의 문턱을 더욱 낮추며 서민들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복지정책에 힘써야 하는 정부가 잘못된 것이지 자본주의 자체가 잘못됐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자본주의를 강하게 혼내주는 아름다운 영화라고 곧이곧대로 봐주기 힘든 점은 한 악인과 그가 저지르는 천인공노할 악행 그리고 근친상간 등의 소재다.

한가지 더. 김 감독은 거대 자본이 휘두르는 상업영화의 길과는 다른, 독립된 자본의 독립영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대중이 잘 모르는 점은 김 감독의 영화를 할 때마다 돈을 버는 확률이 의외로 높다는 것이다.

혹시 ‘피에타’도 해외 유력영화제에서의 ‘바람몰이’와 상업영화와는 다른 작가주의 길을 간다는 ‘바람몰이’로 흥행을 노린다면 밑천이 금세 드러날 것이다.

아직 베니스의 수상결과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세계 3대 영화제에서의 수상이 곧바로 흥행으로 연결되는 게 공식은 아니다.

[티브이데일리 안기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김기덕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