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이준혁(26)은 어느날 안방에 찾아왔다. 아버지에게 구박받는 엄마를 보호하는 막내 아들 혹은 송혜교의 매력적인 옛 남자, 또 상사의 뒷통수를 때리는 얄미운 비서로 얼굴을 내밀더니 돌연 40%의 시청률을 기록중인 KBS2 TV '수상한 삼형제(문영남 극본, 진형욱 연출)'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그는 샤프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고 말투는 차분했다. "너 없으면 죽을 것 다"며 사랑하는 연인에게 애정 공세를 퍼붓는 로맨티스트 김이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질문에 적합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고민을 거듭더니 기자에게 되려 반문하는 경우 많았다. 그리고 겸손했다. 아직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확신하지 못하는 듯 그의 대답은 명확하지 않고 대답 대부분이 물음표로 끝을 맺곤 했다.


하지만 겸손한 사람은 늘 좋은 인상을 준다. 이준혁의 겸손이 자신을 향한 불만족이 아닌 발전을 향한 긍정적인 자기애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때 말이 길어졌다. 영화를 좋아했고, 배우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타인의 취향은 늘 흥미롭다. 이준혁이 사랑하는 것들을 들여다보자.


다음은 이준혁과의 일문 일답.


데뷔 3년 만에 드라마 주인공이다. 비결이 뭔가?


운이다. ‘조강지처 클럽’에서 문영남 작가님을 만난 운이 가장 큰 것 같다. 덕분에 ‘수상한 삼형제’를 만나게 됐다. 연예인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해서 평범한 회사에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매력이 있으니 캐스팅도 잘 되는 것 아닐까?


글쎄.(계속 고민) 정말 운이다. 문 작가님을 만난 것 자체가 운이다. ‘조강지처 클럽’에서 함께 작업한 선배님들이 좋게 봐주신 덕도 있다. 대중이 나를 좋아하는 건 정말 모르겠다. 인기도 잘 모르겠다.


문영남 작가에서 노희경 작가까지 스타작가와 호흡이 많았는데?


계속 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가에 따라서 배우들의 연기도 달라지는 것 같다. 문 작가님은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하시고 노 작가님은 절제된 느낌을 좋아하셨다. 현장에서 ‘아,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다. 연기할 떄 그 다른 느낌이 좋았다.


'수삼한 삼형제‘의 김이상과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기의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 어두운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그렇게 봐주면 고맙다. 준기는 마음이 아팠다. 준영(송혜교)이 준기를 과연 사랑한 것일까 고민하기도 했고, 극중 현빈이 맡은 캐릭터가 얄미웠다. 사랑하는 여자를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데 어떤 남자가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현빈과 송혜교의 실제 연애가 감지됐었나?


정말 몰랐다. 현빈과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었고, 송혜교랑도 거의 티격태격 싸우기만 해서 두 사람이 서로 감정을 키우고 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했다.


스스로 배우 이준혁에게 점수를 준다면?


음... 정말 고민되는데? 글쎄.. .이제 30점 줄 수 있을까? 30점은 이건 내가 이제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분량이고 나머지 70점은 앞으로 채워가고 싶다. ‘수상한 삼형제’가 끝나면 그런 부족한 면을 채우는 일들을 하고 싶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그게 배우니까.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대니러 데이 루이스가 너무 좋았다. 그런 연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력이 필요한가? 2년 동안 직접 채굴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존경스럽고, 배우에게 그런 여유를 주는 할리우드 시스템이 부럽기도 하다.


사실 연기자는 주어진 상황을 강제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더군다나 한국은 캐릭터를 이해할 만한 여유가 없다


정말 그렇다. 사실 설득당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연기자는 늘 준비돼 있어야 하고 열려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배우는 타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 하고, 내면적으로 많은 것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어떤 상황을 100% 이해하기는 힘들다. 직간접적인 경험이 중요하다. 살인자 역을 위해 오디션을 본 적 있는데 살인이나 사이코 패스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끝도 없이 본 것 같다.

배우의 폭이 넓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예를 들자면?


글쎄. 아주 많다. '비포 썬 라이즈'의 경우 주연배우 이썬 호크와 줄리 델피가 영화 전체를 끌고가는 것이 좋았다. 아무래도 연기를 하다보니 연기자가 보이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게 된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도 그렇고,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도 각별했다. 평범한 액션과 제스처도 그가 하니 달라지더라.


최근에 본 영화가 있나? 팬들이 궁금하겠다


최근 바빠서 거의 못봤다. 아쉬운 점이다. 아, 그래도 '아바타'는 봤다.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은 '렛미인'이다. 정말 재밌게 봤다. 아름답도록 슬픈 영화라고 할까? 연출이 휼륭해서 배우까지 빛나는 경우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바스터즈'도 추천 영화다.


영화를 사랑하는 걸 보니 배우들도 사랑하겠다


오드리 헵번이나 비비안 리, 청룽(성룡)처럼 대체될 수 없는 하나의 전설이 된 배우도 좋고 무엇을 맡든 그 역할에 동화되는 배우도 좋다. 평소 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굳은 로빈 윌리엄스가 악역을 맡은 '스토커'를 보고 대단한 연기 변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대중을 택할 것인가? 연기자로서의 욕심을 선택할 것인가?


전설처럼 굳혀진 명배우들의 연기변신도 좋지만 나 역시 굳은 이미지 그대로 머물러 주길 바랄 때도 있다. 아무래도 난 그런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오면 대중이 원하는 길을 가겠다.


영화 출연 욕심이 있나?


당연하다. 이름만 들어도 존경스러운 한국의 감독님들 정말 멋지지 않은가? 꼭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생각만해도 영광이다. 지금은 '수삼한 삼형제'를 열심히 촬영하는 것이 목표다.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공력을 쌓아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계획은?


작품을 마치면 꼭 여행을 했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아, 그동안 못봤던 영화들도 다 볼 것이다. 내가 연기자로서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하고 그걸 채우는 작업을 할 것이다. 어떤 작업인지는 비밀이다.(웃음)



[김지현 기자 win@tvdaily.co.kr]